<4>국대 세터 황택의와 꿈나무 세터 이한샘
“방에 항상 배구공 있죠” “사인용 공은 만지지도 마”

#어린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와 박세리, 김연아 등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꿈을 만나다] 시리즈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이자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왼쪽)와 이한샘이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KB손해보험 인재니움 배구 훈련장에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고교 시절부터 ‘최대어’로 주목 받았던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23)는 성균관대를 거쳐 세터로는 역대 최초로 1라운드 1순위(2016~17시즌)로 입단했다. 그 해 신인상까지 거머쥔 뒤 팀의 주전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맹활약 중이다.

그런 황택의를 찾아 세터 꿈나무 이한샘(14ㆍ송산중 2년)이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KB손해보험 인재니움 배구 훈련장을 방문했다. 그는 형들을 제치고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지난해 전국 대회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유망주다. 황택의와 이한샘은 9년 터울의 송산 중학교 선후배이기도 하다.

높이가 중요한 스포츠인 만큼, 둘이 만나자마자 자연스레 키와 체형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체형이 배구하기에 딱 좋아 보인다. 키가 173㎝이라고?”. 황택의는 190㎝로 세터로는 큰 편이다. 높은 블로킹과 중앙 공격수를 활용한 속공 플레이 등 장신 세터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황택의는 “(한샘이는) 뼈가 굵지 않은 데다 전체적인 체형이 앞으로 더 클 것 같다”면서 “신체 조건이 좋다”고 덕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당분간 웨이트 운동을 자제하고 영양 보충을 충실히 하라는 ‘키 크는 팁’까지 전해줬다.

이한샘은 평소 만나고 싶었던 선배였기에 질문을 많이 준비해 왔지만, 막상 대면하고 보니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겨우 꺼낸 말이 “TV에서 본 것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 하지만 이 발언에 웃음이 터지며 서먹하던 분위기가 금세 훈훈해졌다. 황택의도 “네가 프로 에 입단하면, 난 중견 선수가 돼 있겠다. 그때 만나면 잘해 줄게”라며 어깨를 토닥였다.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오른쪽)가 이한샘에게 공을 세트할 때 손동작을 교정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한샘은 슬럼프 극복 방법이 가장 궁금했다. 황택의는 “프로 선수도 매년 한번씩 위기가 온다. 경기 감각이 확 떨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매일 배구공을 갖고 훈련하든, 아예 운동을 외면하고 쉬든 자기만의 해법과 루틴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한샘이 “방에 항상 배구공이 있다”고 하자 황택의는 “아주 좋은 습관”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사인 공은 절대 만져선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사인용 공과 경기용 공은 공 무게도 다르고 표면 재질도 달라. (사인 공은) 갖고 놀지도 마. 손가락 끝 감각이 떨어지는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해선 안돼”. 세터가 얼마나 예민한 포지션인지 후배에게 가르치는 중이었다.

당연히 ‘토스 잘하는 법’도 궁금했다. 황택의는 “세터는 상대팀 전력과 우리팀의 전력을 모두 파악해야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면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코트 밖에 다 놓고 와야 한다고 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면 최대한 단순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해”

황택의는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도 유명하다. 입단 초기에는 ‘원포인트 서버’로도 활약했다. 이한샘도 요즘 스파이크 서브를 연마 중이다. 황택의는 “스파이크 서브도 중요하지만, 세터는 경기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스파이크 서브 후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평소 체력 훈련을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의 공통점은 강한 ‘승부사 기질’이다. 이한샘은 공격수가 실책을 하면 아무리 형들이라도 뭐라 한다고 했다. 황택의도 “나도 중ㆍ고교 시절 지나칠 정도로 승부욕이 강했다”면서 “운동선수에게 승부욕은 훌륭한 자산”이라고 엄지를 내밀었다. 다만 조건을 덧붙였다. “코트에서는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떠들어도 좋아.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형들에게 예의를 갖춰야 해”

배구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오른쪽)와 이한샘 선수. 배우한 기자

마지막으로 “왜 배구를 하느냐”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나왔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황택의는 “사실 중학교 때는 시켜서 했고, 고등학교 때는 진학을 위해 했다”면서 “프로에 와서야 즐기는 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샘이 “전 지금도 재미있는 배구를 하고 있다”고 하자, 황택의는 “앞으로 크게 될 후배”라며 웃었다. 황택의는 “한창 배울 나이에 재미까지 있다니, 나보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 같다”면서 “프로에서 다시 만나자”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원=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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