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팀들의 독주가 이어졌던 여자프로농구가 13년 만에 새로운 챔피언을 기다린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청주 KB스타즈와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3위 용인 삼성생명은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우승을 향한 5전3승제의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두 팀의 챔프전 대결은 2006년 여름리그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당시엔 삼성생명이 1, 2차전 승리 이후 3, 4차전을 내리 패해 5차전까지 가서 3승2패로 힘겹게 정상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챔프전 이후 여자프로농구는 12년간 인천 신한은행과 아산 우리은행이 장기 집권했다. ‘레알 신한’으로 불린 신한은행은 2007년 여름리그부터 2011~12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이뤄냈고, 우리은행 역시 2012~13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왕조를 구축해 6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은 정규리그 2위로 밀린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생명에 패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없는 챔프전을 13년 만에 치르게 됐다.
여자농구 6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KB스타즈는 올해 한을 풀 최고의 기회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경험을 하고 돌아온 ‘국보 센터’ 박지수(21)에 외국인 선수상을 받은 카일라 쏜튼(27)의 공격력도 막강하다. 또 외곽에서는 염윤아(32)와 강아정(30)이 지원 사격에 나선다.
올 시즌 정규리그 맞대결 성적 역시 5승2패로 KB스타즈가 앞섰고, 무엇보다 삼성생명 선수들이 플레이오프를 3경기나 치르면서 체력을 소모한 것도 호재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우리가 바라던 대로 플레이오프가 3차전까지 갔다”며 미소를 지었고, 강아정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르고 올라가니까 챔프 1차전을 치르기도 전에 등에 땀부터 난 기억이 있다”고 떠올리며 체력 우위를 자신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에 먼저 1차전을 내주고도 2, 3차전을 연거푸 잡아내 사기가 올랐다. 특히 외국인 선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모두 20점 이상을 넣었던 김한별(33)의 존재가 든든하기만 하다. 또한 13년 전처럼 정규리그 1위 KB스타즈를 3승2패로 꺾고 우승했던 기억을 새기고 이번 챔프전을 준비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플레이오프 내내 선수들이 높은 수준의 정신력을 유지했다”면서 체력 열세를 정신력으로 다시 한번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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