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고 절차ㆍ경찰 조사 팁 등 담은 가이드북 발간
“불법촬영 경찰 신고 시 신분을 노출하고 싶지 않으면 가명 조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실명은 비밀로 유지되고, 검사나 판사도 가명만 알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울지 않고, 웃을 수 있습니다.”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가수 정준영씨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19일 서울시에서 내놓은 ‘불법촬영ㆍ유포피해 대응 가이드북’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가이드북은 시민편(‘피해자 잘못이 아닙니다’)과 경찰편(‘당신이 첫 번째 조력자입니다’), 두 가지 종류로 발간된 책자로 피해 유형별 대처법과 피해 신고 시 참고사항 등을 담고 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경찰 신고 시 신분을 노출하고 싶지 않으면 가명 조서 작성 요청도 가능하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실명으로 먼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이후 실명은 비밀로 유지되고, 검사나 판사도 가명만 알 수 있다. 고소 과정 절차가 우편으로 통보되는데 주소지를 변경하고 싶다면 담당 수사관에게 요청해서 바꿀 수 있다. 혼자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게 어렵다면 지인이나 변호사, 성폭력상담소 담당자 등 신뢰 관계인과 동석해도 된다.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 진술이 힘들 경우엔 분리된 단독 공간을 수사관에게 요청할 수도 있다. 수사관이 피해자의 행실을 비난하는 등 2차 가해를 할 경우엔 경찰서 청문감사실, 검찰 피해자 지원실,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 접수까지 할 수 있다.
불법촬영을 인지하면 112나 주소지의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다. 몰래 설치된 카메라를 발견했을 경우 이를 증거로 확보하고 가해자의 휴대폰 기종이나 인상 착의 등의 단서도 기억해야 한다. 불법 촬영물이 동의 없이 유포됐을 때는 게시물 링크, 원본 영상, 캡처본 등 증거물을 먼저 확보한다. 이를 인쇄한 뒤 경찰서서 고소장을 작성하고 영상이 유포된 웹하드 업체 등에 직접 삭제도 요구해야 한다. 불법촬영 가해자로부터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다면 문자 메시지나 통화 녹취 등을 확보한 뒤 협박 등의 혐의로 신고할 수 있다.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삭제했다고 할 경우 이를 기록해두고, 내용 증명으로 ‘삭제를 완료했다’는 각서를 받아 공증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해자가 가장 처음 만나는 조력자인 경찰을 대상으로 한 이 가이드북에선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해자는 울지 않고, 웃을 수 있다’ ‘피해자는 당당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안내한다. 합의하에 찍은 촬영물이라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언행을 삼가고, 구글 드라이브나 네이버 클라우드 등 온라인 저장 공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 책자는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순희 시 여성권익담당관은 “불법촬영으로 인한 유포피해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범죄를 대하는 우리 인식이나 대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는 필요 시 피해자 소송비용과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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