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환경부 요구대로 변경 못해”
5개 시군ㆍ정치권 공조체계 구축 대응
춘천에서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철도(92.5㎞)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가 18일 미시령터널 하부를 통과하는 기존 노선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거듭 밝혔다. 환경부의 요구대로 또 다른 노선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원도와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의견을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 환경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해 9월 인제에서 속초를 잇는 국지도 56호선 미시령터널 80m 아래로 또 다른 터널(9.2㎞)을 뚫어 통과하는 노선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설악산 국립공원구역과 백두대간 보호지역, 생태ㆍ자연도 1등급 권역 등을 지나거나 인접했다는 이유로 강원도에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적 사항에 저촉하지 않는 대안 노선을 찾거나 강릉~제진 동해북부선이나 KTX강릉선과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가 설악산을 관통하지 않고 군 부대를 포함하지 않는 노선을 검토했으나, 새 노선 설계기간과 주민설명회까지 감안하면 최소 6개월이 넘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등이 대안으로 제시했던 강릉~제진 동해북부선과 연계하면 노선이 9㎞ 늘어난다. 이로 인해 사업비가 무려 1,547억원 가량 증액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강원도의 설명이다. 두 대안 모두 동서고속철도 조기 착공에 사활을 건 강원도 입장에선 절대 받아 들일 수 없는 카드다.
강원도 관계자는 “환경부의 요구에 대해 국토교통부, 군 부대와 협의를 벌인 결과 환경훼손과 사업비 등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미시령터널 하부 노선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춘천ㆍ속초시, 화천ㆍ양구ㆍ인제군 등 노선이 지나는 시군은 물론 정치권과도 공조체계를 구축해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최문순 강원지가가 이달 5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찾아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최 지사는 11일 춘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환경문제를 빨리 매듭지어 이른 시일 내에 동서고속철도 착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노선이 설악산 국립공원 등 보전 가치가 큰 지역을 지나는 만큼 신중한 노선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월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이 확정된 동서고속철도는 서울에서 설악권을 70분대에 연결한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서울~강릉KTX와 함께 강원 영동권 발전을 앞당길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설악산의 생태환경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일부에서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동서고속철도가 지역의 염원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협의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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