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온 대구신세계백화점의 질주가 무섭다. 개장 첫해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제치고 경상매출 지역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전국 랭킹에서도 10위에 올랐다. 2년차인 지난해는 대구 1위를 굳히면서 전국 9위로 한 자릿수로 진입했다. 반면 토종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해외쇼핑객 유치 등을 통한 플러스섬이기 보다는 한정된 수요를 나눠먹는 제로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유통업계에 따르면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경상매출이 7,276억원으로 전년보다 9.2%늘었다. 매출 순위도 전년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올라섰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12월 개점한 대구신세계백화점은 실질적 개점 1년차인 2017년 매출이 6,683억원으로 현대백화점 대구점(6,171억원)을 끌어내리고 지역 백화점 매출 1위 매장으로 올라섰다.
이 기간 대구지역 백화점 시장 규모도 2조 이상으로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백화점 판매액은 2016년 1조9,740억원이던 것이 2017년엔 2조1,980억원으로 2,000억원 가량 늘었다. 또 지난해는 2조2,24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업체별로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2017년 -7.6%, 롯데백화점 대구점도 -7.2%로 역신장했다. 지난해 들어 현대는 1.0% 플러스성장으로 한숨 돌렸지만 롯데는 -10.1%로 전년보다 더 악화했다. 특히 대구백화점은 사활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2000년대 초 프라자점과 본점을 합한 총매출이 7,000억원을 돌파했으나 롯데점 개장 직후에는 5,000억원대, 현대점 개장으로 4,000억원대로 주저앉더니 지난해는 3,000억원도 무너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지난해 영업손실도 20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대구신세계의 매출을 매장 면적에 비하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구점 매장 면적은 9만9,000㎡로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롯데백화점 대구점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기네스에 오른 신세계 센텀시티점(12만8,900㎡)에 버금간다. 지난해 현대와 롯데 대구점 매출은 6,232억원, 3,225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제로섬에 가깝다는 지적은 현대 개점 때와 비교하면 뚜렷해진다. 2010년 대구지역 백화점 총매출은 1조3,134억원. 2011년 4월 현대가 오픈했고 2012년 지역 백화점 매출 총액은 1조8,500억원으로 2년만에 5,000억원 이상 늘었다. 지역 백화점시장 자체가 급성장했다는 방증이다. 반면 신세계는 절반도 안 되는 2,5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네스급 매장 치곤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대구시가 발표한 ‘대기업 유통업체 지역기여도’ 분석에서 올해도 100점 만점에 89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베스트기업으로 선정됐다.
지역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대구점 방문객 절반 이상이 대구 이외 지역이라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롯데나 현대 등을 찾던 경북지역 고객으로 보인다”며 “지역 1등 백화점답게 한정된 지역 시장보다는 외국인관광객 유치 등 신규수요 창출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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