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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테리우스 신성우 “이젠 예술인으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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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테리우스 신성우 “이젠 예술인으로 불러주세요”

입력
2019.03.18 17:21
수정
2019.03.18 20:56
20면
0 0
가수, 뮤지컬 배우, 연출가, 조각가를 아우르는 신성우에게 롤 모델이 있을까. 그는 "외국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며 덤덤하게 답했다. "팝아티스트인 앤디워홀은 영화도 만들었어요. 표현할 게 있으면 표현해야죠. 이미지를 토대로 하는 작업이라 다 연관성이 있다고 봐요." 토미상회 제공
가수, 뮤지컬 배우, 연출가, 조각가를 아우르는 신성우에게 롤 모델이 있을까. 그는 "외국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며 덤덤하게 답했다. "팝아티스트인 앤디워홀은 영화도 만들었어요. 표현할 게 있으면 표현해야죠. 이미지를 토대로 하는 작업이라 다 연관성이 있다고 봐요." 토미상회 제공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저를 검색하면 ‘가수 및 배우’가 아니라 ‘예술인’이라고 나오면 좋겠어요.”

1990년대 수많은 소녀들을 설레게 하고, 소년들에겐 노래방 애창곡을 만들어 준 원조 테리우스, 신성우(51). 그에겐 수많은 ‘직업’이 있다. 1980년대 록밴드로 음악을 시작해 가수가 됐고, 1998년 뮤지컬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21년째 뮤지컬 무대에 선다. 드라마, 영화에 배우로 출연했고, 영화 음악 감독도 해 봤다. 올해는 뮤지컬 ‘잭 더 리퍼’ 연출가로 데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여는 작가이며, 백석대 문화예술학부 부교수로 뮤지컬을 가르친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잭 더 리퍼’ 공연장 대기실에서 최근 만난 신성우는 자신의 수많은 정체성을 이렇게 요약했다. “예술하는 사람.”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노래로 바꿔 불렀고, 언젠가부터는 외로움의 기록이 미술이 됐어요. 사회에 나와 한동안 노래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으로 분류됐는데, 지금은 그 분류도 없어졌네요(웃음).”

‘잭 더 리퍼’는 신성우가 2011년 주인공 잭을 맡아 인연을 맺은 뮤지컬이다.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은 올해 그는 잭을 연기하는 동시에 연출도 했다. 폐막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연출가 신성우가 스스로 매긴 만족도는 70%다. “작품의 의미를 잘 보존하면서 선명한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처음의 계획은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아요. 다만 여유가 더 있었더라면 세트를 보완하고 영상을 활용해 깊이 있는 무대를 보여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신성우는 1990년대 슈퍼 아이돌이었다. ‘내일을 향해’ ‘서시’ ‘사랑한 후에’ 등이 그의 히트곡이다. 톱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1세대로서, 그는 무대로 진출하는 후배 아이돌 가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무대에서 만나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안내자.’ 신성우가 정의한 자신의 역할이다. “무대 위에서는 걷는 동작, 숨소리, 시선 하나하나가 다 대사예요. 감정을 표현하는 데 마이너스가 되는 동작과 습관을 줄이도록 안내하죠. 아이돌이라는 모습으로만 비치지 않으려면 노래가 아니라 연기를 해야 한다고 선배로서 조언해 줍니다.”

신성우는 ‘가르친다’는 표현이 민망해서 ‘안내한다’는 말을 쓴다고 했다. 그런 그는 대학 강단에 서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가르친다. 맡은 과목은 작품 분석과 제작 실습. 뮤지컬을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물론이고, 1대 1 레슨으로 노래도 가르친다. 수업이 있는 월요일과 화요일엔 오전부터 8, 9시간을 내리 강의해 식사도 잊을 정도다. 그는 “무대를 향한 젊은 친구들의 간절함에 자극받는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 21년차. 그는 관객들의 '전문성'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 장면에 대해 어떤 작품과 비교하면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오히려 감사하죠. 연출자로서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요." 토미상회 제공
뮤지컬 배우 21년차. 그는 관객들의 '전문성'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 장면에 대해 어떤 작품과 비교하면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오히려 감사하죠. 연출자로서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요." 토미상회 제공

구름 같은 팬을 거느린 신성우에게도 ‘안티 팬’은 있기 마련. 그는 비판에 단련된 듯 보였다. “비판을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고 스스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잖아요.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비판이면 받아들이고, 초점에서 아예 벗어난 이야기는 무시하면 되지요. 댓글을 읽고 스트레스 받는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어요.”

신성우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하루는 ‘특별한 사람’을 위해 온전히 내어 준다. 아들 태오다. 태어난 지 14개월 된 아들을 묘사하는 그의 말에 사랑이 넘쳐흘렀다. “굉장히 섬세하고 신중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선 자기표현을 확실하게 하고요.” 그는 “아이가 자라는 순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하루 종일 아들만 관찰하며 보낸다”고 했다.

신성우의 새 앨범 발매를, 그래서 그가 로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그는 요즘도 하루 10시간 이상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떠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새 음반을 내지 않는 건 앨범을 위해 억지로 쓴 곡이 아니라 자신의 영감으로 자연스럽게 탄생한 곡들이 모여 하나의 앨범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인 신성우의 목표’를 물었다. “후배들을 위한 좋은 창작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대본도 직접 쓰고 음악도 직접 만들고요.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보다 기쁜 게 없을 것 같아요. 저를 믿고 투자하실 수 있게끔 제가 실력을 쌓아야겠죠(웃음)?”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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