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 대선을 위한 민주당의 당내 경선에서 ‘여풍(女風)’이 거세지면서 유력 남성후보들도 ‘여성 부통령’ 카드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공화당 후보가 상대해야 할 민주당 경쟁자가 남녀 혼성후보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베토 오루어크(텍사스) 전 하원의원과 ‘제2의 오바마’로 불리는 코리 부커(뉴저지) 연방 상원의원이 자신들이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지명할 것이라 밝혔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NYT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이 약진한 데 이어 미투 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아이오와주(州)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한 오루어크 전 의원은 16일 “뛰어난 수많은 여성들이 출마한 상황에서, 여자를 안 뽑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커 상원의원 역시 뉴햄프셔에서 “민주당은 후보 선출에서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면서 “부통령 자리일지, 대통령 자리일지는 모르지만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내년 2월에 치러질 아이오와주 코커스가 10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경선 후보들이 부통령 후보군의 성별을 발표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후보들이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거저먹으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호소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인종과 젠더 등 소수자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경선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16명 중에는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메사추세츠) 상원의원,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등 여성이 총 6명이다. 뿐만 아니라 히스패닉계의 줄리안 카스트로 전 도시주택개발부 장관, 최연소 후보이자 성소수자인 피트 부테제즈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대만계 기업가 출신의 앤드류 양 등 민주당 경선은 ‘총천연색’ 후보군을 보여주고 있다. 오루어크 의원에게 ‘백인 남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구도가 이어질 경우 내년 대선은 공화당의 남남 후보와 민주당의 남녀 후보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다시 나설 가능성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과 관련, 현재까지 온건보수 성향의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만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과거에도 현직 대통령의 당내 재선 도전이 좌절된 건 1884년 이후 전무하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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