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과 장관들 복귀, 조기 총선체제 가동
근본적 개혁 아닌 선심성 정책 우선될 우려
총선 화두는 문재인 정부 심판, 염두에 두길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정계 복귀 소식에도 정치권이 의외로 잠잠하다. 불과 몇 달 전 상황이라면 ‘측근정치 부활’이니 ‘친문 결집’이니 하며 집중포화를 퍼부었을 야당에서 입장 발표조차 없다. 그새 달라진 정치 상황이 “양정철이 온다고 별 수 있겠어”라는 안도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양 전 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쯤 청와대에 들어가려던 당초 계획을 앞당기고,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을 택한 것 자체가 범여권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지난 대선의 기획자로서 이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 자리를 튼 것도 총선 전략 기획, 나아가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3ㆍ8 개각’으로 민주당에 돌아오는 면면도 가히 어벤저스급이다.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등 이들만으로 최고위원회를 꾸려도 될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당에 돌아온 임종석 한병도 윤영찬 백원우 등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 참모진을 더하면 총선에 쏟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관심의 정도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한데, 이렇듯 정치적 무게가 묵직한 인사들을 모아놓으면 총선 승리가 보장되는 걸까. 총선이 1년 넘게 남았는데 벌써부터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한 걸까. 물론 지금의 국회가 개혁의 걸림돌처럼 돼있는 현실의 답답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국회가 촛불혁명 전에 구성돼 괴리가 있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말처럼 탄핵 이전에 짜인 20대 국회가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다. 개헌과 선거법, 권력기관 개혁 법안들이 모조리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묶여 있다.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것처럼 총선 압승으로 방해물을 제거하고 개혁의 돌파구를 열자는 게 범여권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른 선거 준비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국정 운영의 중심과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와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민자 SOC 조기 착공 등은 선거를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경제성이 검토되지 않은 선심성 토건사업은 부실화될 공산이 크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토건 삽질’을 그토록 비난했던 문재인 정부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개혁은 이런 당의정(糖衣錠)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과 고착화된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한 산업개혁, 노동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조화시킨 노동개혁, 창의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교육개혁의 진전을 원하고 있다. 이런 당면한 개혁작업을 국회 다수당이 돼야 할 수 있다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집권 3년 차인 올해가 실질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또 다른 착각은 ‘극우 한국당’은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이다.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새로운 지도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일 뿐 곧 가라앉을 거라고 낙관한다. ‘박근혜 팔이’와 ‘극우 결집’의 퇴행적 행태로는 진짜 보수층과 중도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지형과 선거 판도가 그렇게 이성적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지금의 한국당 지지율 상승세의 큰 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기인한 바 크다. 단순한 반사이익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제1당이 된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자멸에 가까운 국정실패 요인 때문이었다.

내년 총선의 화두는 문재인 정부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년 동안 얼마나 개혁에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총선 승리는 개혁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지 선거공학의 부산물일 수는 없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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