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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정신 갖춘 사회디자인 전문가 양성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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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정신 갖춘 사회디자인 전문가 양성해야죠”

입력
2019.03.21 04:40
수정
2019.03.21 10:5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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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원 로컬디자인 대표

석사과정 대안학교 ‘미지행’ 내년 개원 앞두고 6월 시범운영

신혜원 건축가는 “학교 교육에서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의 괴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6월 시범학교로 출발하는 미지행은 2020년 정식으로 개원한다. 인문학자, 시인, 건축가, 도시전문가, 시각디자이너, IT전문가 기업인, 교육행정가 등이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혜윤 인턴기자
신혜원 건축가는 “학교 교육에서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의 괴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6월 시범학교로 출발하는 미지행은 2020년 정식으로 개원한다. 인문학자, 시인, 건축가, 도시전문가, 시각디자이너, IT전문가 기업인, 교육행정가 등이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혜윤 인턴기자

출판,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디자인’ 전문가를 배출하는 대안학교가 서울에 들어선다. 문학평론가 함돈균씨, 건축가 신혜원 로컬디자인 대표 등이 주축이 된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이하 미지행)으로 인문학 중심의 대학이 될 전망이다. 공존, 세계시민, 생명을 학교 정신으로 삼고 △개인과 사회 △동네와 국가 △인공과 자연 등 미래사회 의제를 중심으로 국내외 유명 학자들의 특강을 연다. 기존의 대안대학이 인문, 사회 관련 저서 독해, 저술 교육에 치중했다면 인문정신을 갖춘 현장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종로구 창성동에서 만난 신혜원 로컬 디자인 대표는 “교육은 다양성이 중요하다. 잘 짜인 학제에서 수업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스템이 할 수 없는 (교육)방식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미지행의 도시건축 분야의 수업을 담당한다. 1년간 인문 공통 수업을 들은 학생이 스스로 교육 커리큘럼을 짜고, 일부 필요한 과목은 해외 협력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듣는 과정을 기획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학원 건축학과 과정을 포함하지만 (교육부가 인가한) 학제나 건축사 인증제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협력을 맺은 해외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받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가 이런 방식의 교육을 고민하게 된 건 두 단계를 거치면서다.

우선 신 대표 스스로 이렇게 공부했다. 1980년대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그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선택한 유학지는 영국, 그 중에서도 진보적인 교육으로 유명한 AA스쿨(architecture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이었다. 학생들 스스로 스튜디오를 만들어 수업의 주제와 세부 커리큘럼을 짠다. 교수는 학생이 길을 헤쳐 나갈 수 있게 코치하는 역할에 머문다. “그때 저희 반은 북아일랜드 개신교, 가톨릭 갈등을 건축가가 개입해 해소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삼았어요. (그 수업을 하면서) 건축가의 역할이 제도와 집을 설계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있지만, 큰 맥락에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질문하기 시작했죠.”

AA스쿨을 졸업한 그는 역시 같은 학교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사무소, 렘 콜하스의 OMA Asia HK에서 근무한 뒤 2006년 귀국해 건축사무소 ‘로컬디자인’을 세웠다. 역시 환경, 문화 등 공공 디자인 영역에서 건축가의 역할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렸다.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작가로 참여하며 공동주택의 모델하우스 건축을 통해 도시 아파트 문화, 사회현상을 드러냈다. 한강르네상스 지하통로 디자인(2007), 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10)에 참여했고 기존 아파트에 새로운 형식 실험을 한 홍콩 아파트 작업으로 아시아 태평양 인테리어 어워드를 수상했다. 신 대표는 “건축물을 짓기 전에 제대로 된 기획이 중요하고 그 기획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돼야 한다. (건축가는) 건축의 기능적 구성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환경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혜원 건축가. 김혜윤 인턴기자
신혜원 건축가. 김혜윤 인턴기자

미지행에 합류하게 된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공모를 준비하면서다. 신 대표는 예술감독 후보 3인에 포함됐고 예비심사에서 ‘시민공간을 내세우다’는 주제의 전시를 제안했다. “그 주제를 전시하기 위해서는 건축뿐만 아니라 인문, 시민과의 소통을 매개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원로 건축가) 조성룡 선생을 통해 함돈균 평론가를 소개받았죠.”

신 대표는 예술감독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지만, 함 평론가를 만났다. 마침 함 씨가 교육 혁신을 제안한 저서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세종서적 발행)를 낸 참이었다. 평소 기능 중심의 건축 교육에서 탈피해 실천적 융합적 사고를 훈련하는 건축학교를 구상했던 신 대표는 곧바로 학교 구상안을 보냈다.

인문학교와 건축학교 두 축으로 운영할 예정이던 미지행은 1년여 논의를 거쳐 통합 운영키로 했다. 함 평론가는 “5년제 석사 과정 수준의 수업이 될 것”이라며 “한 학년에 20명 내외로 선발해 총 100명 가량 학생을 모집하면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개원 전 6월 26일부터 9월29일까지 시범학기를 운영한다. ‘새로운 현대, 새로운 커뮤니티’를 주제로 몸, 인문, 테크놀로지, 도시건축 등 4개 영역의 강의, 세미나, 워크숍, 현장활동, 공연, 전시, 심포지엄 등을 연다. 정식 개원 후 이어질 수업의 기초 프로그램으로 집중수업기간을 갖고 협력 맺은 해외 여러 학교 교사, 학생이 서울에 모여 인터내셔널 스쿨로도 운영된다. 문의는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 연구소(http://www.mijihaeng.com)로 하면 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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