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3> 중국 옌지 ‘보이스피싱’ 조직원 감금 사건
지난해 피해액, 전년 대비 82% 증가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도보다 82.7% 증가한 4,440억원이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피해자수 또한 57.6% 증가한 4만8,000여명이다. 하루 평균 134명의 피해자가 양산된 셈이다. 최근 4년간의 추이를 보면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주춤하는 듯 했으나,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최근 2년간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기유형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 대출 상품을 권하며 대출금을 가로채는 ‘대출빙자형’이 70% 이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출빙자형은 신규대출 또는 저금리 전환대출이 가능하다며 특정 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에 해당한다. 범죄에 연루되었다며 자산보호조치를 위해 송금을 요구하는 ‘기관사칭형’이 뒤를 잇는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SNS)서비스나 모바일 메신저에서 지인을 사칭해 급하게 금전을 요청하는 ‘메신저 피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수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당하기 쉬운 수법이라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사실 고단수 사기는 아니다. “나만큼은 그런 허술한 수법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마음가짐을 파고 든다. 최근에는 피해자 휴대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수법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엔 저축은행 직원으로부터 ‘대출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앱을 깔았다가 수천만 원을 입금하라는 연락을 받고 해당 저축은행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 전화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바로 연결돼 꼼짝없이 사기 당한 경우도 있었다.
보이스피싱은 돈이 아닌 ‘사람’을 노리기도 한다. 범죄조직임을 숨기고 ‘고수익 보장’을 내세우며 인출책과 조직원을 모집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SNS)서비스에 ‘월 500만원 보장, 해외 취업’ 등의 문구를 내건 구인광고가 있다면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가 주요 타깃이지만, 미성년자 또한 예외는 아니다. 범죄 조직인 것을 모르는 채로 들어갔다가 강요에 의해 범행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지나친 고수익은 늘 덫일 가능성이 크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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