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은 3월 8일이지만, 저 날의 연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널리 알려진 바, 1857년 뉴욕 여성 섬유 노동자 시위나 1907년의 50주년 기념행사가 뿌리란 주장은 아무런 사료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저 날에 스민 사회주의 이념 혹은 정통성을 탈색하기 위해 냉전기 서구 사회가 만든 신화란 게 근년의 정설인 듯하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10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주의 국제기구 제2인터내셔널의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가 제정했다. 독일 사회주의자 루이제 지츠(Luise Zietz, 1865~1922)가 처음 제안했고, 클라라 제트킨 등이 동조했다고 한다. 그들은 한 해 전인 1909년 2월 28일 미국 사회주의당(SP)이 뉴욕서 개최해 큰 호응을 얻은 ‘전미 여성의 날’ 행사에 착안했다. 여러 장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연 그 행사의 주제는 노동ㆍ임금 성차별 철폐와 여성 참정권 요구였다. ‘여성회의’는 저 이슈를 유럽과 전 세계로 확산하고자 했지만, 날짜를 특정하진 않았다. 2월 28일은 여성 노동자들이 쉬는 일요일이었다.
1911년 첫 ‘공식’ 세계 여성의 날 행사는 3월 19일,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지서 열렸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서만 300여곳서 집회가 개최됐고, 수도 빈의 여성 행진 대열은 환상(環狀)도로 ‘링슈트라세’를 점거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날은 파리 코뮨 40주년 기념일이자, 일요일이었다.
여성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한 첫 국가는 구소비에트였다. 1917년 2월 23일(그레고리력 기준, 율리우스력으로 3월 8일), 알렉산드라 콜론타이가 이끈 페트로그라드(현 페테르부르크)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전개해 ‘2월 혁명’의 기폭제가 된 것을 기려 1917년 10월 혁명의 레닌 정부가 소비에트 공식 공휴일로 선포한 거였다. 이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사실상 소비에트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의 공식 행사였고, 명실공히 ‘세계’ 여성의 날이 된 것은 유엔 총회가 저 날을 공식 지정한 1975년 이후였다.
사연의 핵심은, 세계 여성의 날이 (여성) 노동자들이 쉬는 날이라는 거였다. 그 의미를 존중해 3월 8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국가는 20여개 국에 불과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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