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한 마라톤 협상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과 이른바 ‘개혁입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1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 막판 조율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움직임에 대해 “여당의 야합정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초강경 투쟁 의지를 밝혀 극심한 정국경색이 예상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종민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 김성식 의원,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마라톤 협상에 나서 선거제 개편 단일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회동 도중 기자들에게 “지난번 큰 틀에서 합의된 안에서 변동 없이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며 “(선거법 개정안) 성안을 위한 디테일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여야 4당은 지난 15일 정당득표율 절반을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우선 국회의원 총 300석을 지역구 225석(현행 253석) 대 비례대표 75석(현 47석)으로 조정키로 했다. 이어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눈 정당별 의석 수에서 당선된 지역구 수를 빼고, 남은 의석 수의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비례대표 총 의석 수 75석 중 확정된 비례 의석 수를 빼고 남은 의석은 현행처럼 정당별 전국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나누기로 했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권역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종민 의원은 한국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자체 시뮬레이션 적용 결과로 제기하는 특정 지역 의석수 감소 및 그에 따른 지역 대표성 약화 우려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권역별로 비례대표가 배분되면 서울 7석, 인천ㆍ경기 20석, 충석 5석, 대구ㆍ경북 5석, 호남권 3석이 늘어날 것”이라며 “(언론을 통해 알려진) 특정 지역 의석 수 감소 주장은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여야 4당이 최종 합의를 보게 되면 국회 정개특위는 신속히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정에는 정개특위 재적위원 18명의 60%(11명)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한국당(6명)을 뺀 여야 4당 위원을 합치면 12명이다. 표결을 위한 본회의 상정까지는 최장 330일이 걸리는데 법안이 상임위에 머무는 최장 180일은 여야 4당의 합의로 대폭 앞당길 수 있다.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에선 위원장이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어서 최장 90일 기간이 다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본회의 부의 뒤 최대 60일은 국회의장 판단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되면 일반 법안처럼 재적 위원 과반(過半)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재 민주당 128석, 바른미래당 29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을 더하면 176석으로 현재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은 가능하다. 기명 투표긴 하지만 이해관계 등에 따른 개별 의원의 이탈을 막는 표 단속이 요구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이 이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산적한 민생법안 등 현안을 풀어 나가야 할 여당이 한국당을 ‘패싱’한 채 민심과 직결되는 선거법 개정 사안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야3당도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을 일단 태운 것이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고는 있다.
한국당은 여야 4당 공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주재한 ‘이념독재ㆍ4대 악법 저지 긴급대책회의’에서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 개편 법안과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2개) 법안은 날치기 법안”이라며 “선거제 개편안을 미끼로 공수처 등을 ‘묻지마’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야합정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18일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강행 저지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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