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폐암 조기 진단에 저선량 흉부 CT가 효과적
간접 흡연ㆍ미세먼지ㆍ초미세먼시 등으로 폐암 급증
담배를 한번도 피우지 않았어도 간접 흡연, 실외 미세먼지, 라돈, 조리할 때 흡입하는 초미세먼지 등에 노출돼 폐암에 걸릴 수 있다. 폐암 발생 위험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18%, 미세먼지(PM10)가 10 상승할 때마다 22%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의 88%는 평생 담배 한 번 피운 적 없는 비흡연자다. 여성 폐암 환자에게 많은 선암은 폐의 선세포에 생긴 암이다. 폐 중심부에 생기며 남성에게 많은 편평상피세포암과 달리 암세포 크기가 작아 발견이 어렵고, 폐 모서리에 처음 생겨 림프절, 간, 뇌, 뼈, 부신 등으로 전이가 잘 돼 사망률이 높다. 선암은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간접 흡연과 관계가 깊다.
게다가 폐암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 때문에 국내 사망자수 1위가 바로 폐암이었다. 특히 비흡연 폐암 환자도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폐암 조기 진단율은 5~15%에 불과하다. 담배를 하루 한 갑씩 30년, 하루 두 갑씩 15년 넘게 피우고 있거나 현재 금연 중이지만, 흡연이 15년에 달하는 고위험군이라면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폐암을 진단하려면 흉부 X선,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조직검사 등을 시행한다. 기존 CT 검사보다 방사선 노출량이 낮은 저선량(Low-dose) 흉부 CT 검사를 하면 X선 검사로 발견하기 어려운 초기 폐암도 발견할 수 있다.
저선량 CT 검사는 해상도가 높아 2~3㎜ 크기의 작은 폐결절도 발견할 수 있다. 일반 CT 검사보다 방사선이 5분의 1~10분의 1 수준이라 방사선 피폭 우려도 적다. 방사선 노출 정도는 흉부 X선 촬영 시 0.1m㏜, 흉부 CT 촬영 시 8m㏜에 노출되며,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하면 0.6~1.5m㏜에 노출된다. 저선량 흉부 CT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기에 조영제 부작용이 없다.
그런데 이춘택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서울대 의대 강혜린 전임의 연구팀은 최근 급증하는 비흡연자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데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아가 비흡연자가 걸리는 폐암은 선암이 많고,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저선량 흉부 CT가 특히 유용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폐암학회 학술지인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3월호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2003~2015년 저선량 CT로 폐암 검진을 받은 2만8,000명가량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흡연자 1만2000명 가운데 폐암 환자가 0.45%였다. 비흡연자의 폐암 빈도는 흡연자(0.86%)보다 낮았지만, 92%가 폐암 1기로 흡연자(63.5%)보다 조기 발견할 확률이 높았다.
특히 비흡연자가 걸리는 폐암은 조기에 발견될 확률이 높아 5년 생존율이 96%이었으며, 이는 흡연자의 5년 생존율(67.4%)보다 매우 높았다. 이번 연구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3년 간이라는 긴 기간에 1만2,000명이 넘는 대규모 비흡연자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해 연구 가치가 높다.
이 교수는 “올해 7월부터 국가암검진에 흡연자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가 도입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검진사업으로 해외 학자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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