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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할인행사 비용 떠넘기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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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할인행사 비용 떠넘기기 여전

입력
2019.03.1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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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8%는 수수료 변동 없었다 

 7.1%는 되레 인상 요구받기도 

 할인행사 손해 중소기업이 감수 

{저작권 한국일보}할인행사판매수수료-박구원 기자/2019-03-1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할인행사판매수수료-박구원 기자/2019-03-17(한국일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할인 등 판촉 행사를 할 때 드는 비용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7일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체 거래 중소기업 애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할인 행사에 참여할 때 판매 수수료율 변동이 없었다’는 응답이 38.8%, 오히려 ‘수수료율 인상 요구가 있었다’는 응답이 7.1%로 나타났다. 둘을 합치면 45.9%로, 절반 가까운 중소기업들이 할인행사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왔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501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판매 수수료율이 높을수록 유통업체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중소 의류업체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내놓은 100만원짜리 옷의 수수료율이 30%면 1벌이 팔렸을 때 30만원을 유통업체가 가져간다.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수수료율도 줄여야 가격을 낮춘 만큼의 부담을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나눠지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통업체들은 할인 행사 중에도 수수료율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제품이 많이 팔리니 오히려 높이자는 요구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한 중소기업은 매출은 늘어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을’인 중소업체들이 ‘갑’인 유통업체들의 할인 행사 동참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들 중엔 ‘유통업체가 강요해서’(5.2%), ‘불참할 경우 불이익이 우려돼서’(4.1%)라는 할인행사에 참여한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판매 수수료율은 평균 29.7%(롯데 30.2%, 신세계 29.8%, 현대 29.0%)였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희망하는 적정 수수료율은 23.8%로 약 6%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의류 부문에서 최고 39%, 현대백화점은 생활ㆍ주방용품에서 최고 38%, 롯데백화점은 의류와 구두ㆍ액세서리, 유아용품 부문에서 최고 37%의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체들이 납품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중소업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태도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납품 방식은 직매입이 69.3%로 가장 많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까지 안고 제품을 구입한 뒤 마진(이익)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체들이 높은 판매 수수료율 때문에 피해볼 일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대형마트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요청을 받았다는 중소기업이 작년 한 해 15.1%나 됐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판매촉진비용 분담비율은 100분의 50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게 이번 조사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광고비, 판촉 행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납품업체와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유통업체들이 할인 행사에 따른 부담을 얼마나 나눠지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

실제로 한 중소업체는 상품을 평소의 반값에 파는 할인행사를 진행하자는 유통업체 요구에 따라 납품단가를 크게 낮췄는데, 실제 매장에서 팔리는 가격은 원래 납품단가와 거의 차이가 없는 걸 발견하고 속을 끓였다. 할인행사가 끝나기 하루 전 낮춰진 납품단가를 기준으로 물건을 더 받은 뒤 바로 다음 날부터 정상가로 판매하는 ‘꼼수’를 부린 유통업체도 있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할인행사는 더욱 빈번해졌지만, 가격 인하 요구 등 비용 부담은 여전히 중소기업에 전가되고 있다”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할인행사 비용 분담이 실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부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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