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 우연에 좌우” 처벌 판례
돈 바로 돌려줘 수위 낮을 수도
내기골프 사실이 알려져 방송에서 자진하차한 배우 차태현(43)씨와 개그맨 김준호(44)씨에 대해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두 사람은 도박혐의 관련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돈을 돌려줬더라도 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차씨와 김씨는 17일 각자 소속사를 통해 “지인들과 재미 삼아 했던 행동”이라며 “게임이라 생각했고, 돈은 그 당시 바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16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수백만 원대 내기골프를 친 의혹을 받고 있다. 차씨는 당시 온라인 대화방에서 5만원권 수십 장짜리 사진을 올리며 “김씨 등과 내기골프를 쳐서 딴 돈”이라고 자랑했다. 경찰은 해당 대화방을 통해 내기골프 사실을 확인한 뒤 추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내기골프가 사실이라면 돈을 돌려준 것에 관계없이 도박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도박죄가 인정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상습도박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2016년 부분은 처벌이 가능하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에 내기골프가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골프도 도박이 되는지’를 판단하면서 골프가 △우연에 좌우되는지 △실력에 좌우되는지를 판단했다. 화투나 포커게임에서 보듯 도박은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로 정의되기 때문에, 실력만으로 승패가 갈리면 도박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골프 또한 우연의 속성이 있고, ‘우연성 정도’만으로 도박죄 성립ㆍ불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정당한 근로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 볼 수 없어, 이를 방치하면 보면 경제에 관한 도덕적 기초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처벌 이유를 제시했다.
다만 두 사람 주장대로 한두 번에 그쳤고, 돈을 바로 돌려줬다면 유무죄가 아닌 양형에는 참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돈이 적지 않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돈을 돌려줬다면 처벌의 수위는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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