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아들 김한솔을 도피시켰다고 주장했던 단체
홈페이지에 “우리 신원 알더라도 비밀 지켜달라” 호소
지난달 발생한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의 배후에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반북단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독살된 뒤 그의 아들 김한솔을 제3국으로 피신시켰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단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2월 말 있었던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의 배후 단체는 북한 김씨 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한 비밀단체인 ‘천리마민방위’로 알려졌다”고 이 일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과 스페인, 미국 정부 관리들은 모두 이 단체의 역할과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천리마민방위는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된 다음달인 2017년 3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단체는 지난 1일 단체명을 자유조선(FREE JOSEON)으로 바꾸고 “북한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임시정부 건립”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의 북한대사관에 신원이 불분명한 괴한이 난입해 직원들을 결박한 뒤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사건은 닷새 뒤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북한대사관 측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태도를 보여 사건 실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이 사건은 특히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측 비핵화 실무협상단을 이끈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가 이 대사관에 2017년 9월까지 근무했다는 사실로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도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있었을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고, 이로 인해 괴한 일부가 미 중앙정보국(CIA)과 관련 있다는 스페인 일간지의 보도까지 나왔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미 정보기관들은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을 벌이기를 꺼렸을 것이고 천리마민방위가 특정 정부와 협조해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공교롭게도 천리마민방위는 17일 홈페이지에 ‘모든 언론인들께’라는 글을 띄워 “우리 단체 구성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더라도 신원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체는 “김한솔과 그의 가족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들의 은신처에 대한 추측 역시 위험했다”면서 “우리가 상대하는 정권이 얼마나 무자비한지 절대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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