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예정된 세계 각국 정상들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행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이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중국을 ‘경쟁자’로 공식 규정한 직후라 양측 간 기싸움이 도드라질 전망이다.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의와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주목되는 움직임도 예고돼 있다.
EU 순방 나서는 시진핑… 관전 포인트는
시진핑 주석은 오는 22일부터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을 순방한다. 이에 앞서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시 주석의 순방 일정과 의제 조율차 지난 16일 EU 집행위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상태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을 EU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심화를 위한 행보로 설명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라 보인다. EU는 지난 12일 발표한 새 중국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무역과 기술 등의 분야에서 보다 균형 있고 상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중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첨예한 대치 상태에 있는 중국 입장에선 당장 유럽으로 전선(戰線)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 때문에 EU와의 긴장완화를 유인하기 위해 시 주석이 이번 순방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 주목된다.
한 고비 넘긴 브렉시트 어디로
영국 하원은 지난 14일 당초 이달 29일로 잡혀있던 브렉시트 시점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는 내용의 정부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까스로 피한 셈이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길게’ 연기하느냐다. 영국은 이를 결정하기 위한 세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오는 20일 이전에 실시해야 한다.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 부결된 데 이어 세 차례 만에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할 경우 탈퇴 시점은 6월 30일로 확정된다.
반대로 정부안이 또다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연기 기간은 더 길어진다. 영국 언론들은 최장 21개월까지 늦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브렉시트를 잠정 보류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영국 정치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조기총선이나 제2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미국, 베네수엘라 신용카드까지 막나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비자ㆍ마스터카드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금융제재를 단행할 예정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자금줄인 국영석유회사(PDVSA)에 대한 집중적 제재에 이어 그의 외부 은행에 대한 접근까지 막겠다는 전략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점차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느냐의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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