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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볼록 사진’으로 ‘절대 권력’ 선전하는 김정은

입력
2019.03.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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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하며 관련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삼등분 격자를 기준으로 보면 김 위원장은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에서 언제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하며 관련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삼등분 격자를 기준으로 보면 김 위원장은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에서 언제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1면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1면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지난달 27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면.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약간 더 중앙에 위치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지난달 27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면.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약간 더 중앙에 위치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의 베트남 도착 소식을 보도하면서 베트남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하노이에 입성하는 장면을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집중된 각국 언론의 모습이 부각돼 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의 베트남 도착 소식을 보도하면서 베트남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하노이에 입성하는 장면을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집중된 각국 언론의 모습이 부각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지난달 24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지난 5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지난 5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얼마 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가운데가 볼록하게 부각된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이 ‘볼록 사진’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역 출발 및 귀환 모습과 정상회담, 하노이 시내 이동 장면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물고기의 시야’와 비슷하다고 해서 ‘어안(Fish eye) 렌즈’라고도 불리는 초광각 렌즈는 중앙에 위치한 피사체를 주변 사물이 둘러싼 것처럼 왜곡돼 보이는 현상이 심해 보도 사진에서는 특별한 경우 외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오히려 이 같은 왜곡 현상을 김 위원장에게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선전하고 인민의 충성심과 업적을 부풀리는 데 이용했다.

 #’김정은에 세계적 관심 집중’ 선전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자신의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선전 전략에 사진을 적극 활용해 왔다(관련기사 보기 ☞인간과 신적 존재 사이… 김정은의 ‘사진 정치’). 이 ‘볼록 사진’ 역시 이 같은 선전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2월 24일 베트남을 향해 출발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넓은 화각 덕분에 김 위원장은 물론 좌우로 도열한 병사와 간부들, 환송 인파, 특별열차의 규모까지 한 앵글에 담겼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피사체가 작아져 보이는 왜곡 현상 덕분에 중앙에 위치한 김 위원장이 저절로 부각됐다. 이 같은 입체적 구도를 통해 ‘절대자’를 향한 강렬한 충성심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3월 5일 귀환 행사 사진 역시 같은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을 알린 2월 27일자 지면에서도 볼록한 사진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이 시내 어딘가를 이동하는 장면에서 환영 인파와 각국 취재진을 화면 가장자리에 배치, 마치 세계의 이목이 김 위원장에게 쏠린 듯한 느낌을 준다. 북미 정상회담 장면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김 위원장을 중앙에 더 가깝게 배치했다.

 #김정은의 업적 부풀리기에도 이용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활동 보도에 초광각 렌즈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경이다. 당시에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담지 않았고 주로 시찰 현장을 한눈에 보여주며 성과를 부풀리는 데 이용했다. 부두 및 냉동창고에 가득 쌓인 생선이나 소비재 생산 라인을 불룩하게 촬영해 실제보다 풍성하게 보이게 했고, 새로 조성된 고층 빌딩가를 한 앵글에 담아 광범위한 지배 영역을 부각시켰다.

2016년 11월 김 위원장이 인민군 '8월25일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의 사진 김 위원장이 방문한 현장의 풍성한 성과를 초광각 렌즈로 촬영, 부풀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1월 김 위원장이 인민군 '8월25일수산사업소'를 시찰했다고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의 사진 김 위원장이 방문한 현장의 풍성한 성과를 초광각 렌즈로 촬영, 부풀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0월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새로 건설된 룡악산 비누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연합뉴스
2016년 10월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새로 건설된 룡악산 비누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2017년 3월 평양시내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노동신문은 고층빌딩이 밀집한 거리를 초광각 렌즈로 촬영해 김 위원장의 지배영역이 광범위함을 선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2017년 3월 평양시내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노동신문은 고층빌딩이 밀집한 거리를 초광각 렌즈로 촬영해 김 위원장의 지배영역이 광범위함을 선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2018년 8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2018년 8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8년경부터는 볼록 사진 속에 김 위원장이 직접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해 8월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건설 중인 대형 건물을 한눈에 보이도록 배치하고 김 위원장의 지도를 받는 간부들은 가장자리에 둠으로써 절대 권력자의 업적과 그에 대한 충성심을 동시에 강조했다. 다만,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백두산 곤돌라에 탑승한 두 정상 내외의 사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 위원장과 동등한 위치에 배치하는 예외적 경우도 있었다.

 #지배 체제 견고해질수록 렌즈 화각 넓어져 

초광각 렌즈는 1인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정상 국가의 면모를 갖추려는 김 위원장의 선전 전략에 부합하는 신병기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 초기만 해도 화각이 넓지 않은 표준 렌즈로 촬영한 사진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렌즈의 화각이 넓어지고 김 위원장과의 촬영 거리는 가까워졌다. 일반적으로 광각 렌즈는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크게, 멀면 작게 보이는 특성이 있다. 2017년 1월 평양 여명거리를 시찰하는 사진의 경우 광각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와 김 위원장의 거리는 1~2m에 불과할 정도로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 인해 뒤따르는 간부들은 물론 주변 고층 빌딩마저 비현실적으로 작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존재가 두드러져 보인다.

노동신문이 2017년 1월 보도한 사진. 평양 여명거리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광각렌즈 효과로 인해 주변 인물이나 배경보다 더 두드러져 보인다. 연합뉴스
노동신문이 2017년 1월 보도한 사진. 평양 여명거리 건설 현장을 시찰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광각렌즈 효과로 인해 주변 인물이나 배경보다 더 두드러져 보인다. 연합뉴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매체의 사진은 2013년 11월 장성택 처형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라면서 “집권 초기 장성택이 김정은보다 앞서 있거나 삐딱한 자세로 김정은을 바라보는 등 권력상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처형 이후에는 철저히 김정은을 부각시키는 구도로 변했고 사진의 양도 크게 증가했다. 광각 렌즈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진들은 확실히 김정은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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