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과태료 처분 받아도 배짱 공사 여전…대형건설사도 외주 줬다며 오리발
※한반도를 덮고 있는 미세먼지가 어김없이 분지인 대구 하늘을 뿌옇게 가리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그런데도 일부 공사장에서는 여전히 비산먼지가 날아오르면서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비산먼지 현장을 2회로 나눠 취재한다.
“질식해서 죽겠다. 문 좀 열고 살자.”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일부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 비산먼지까지 주민 생활공간을 덮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특히 공사현장에서 폐기물이 날아와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의 A아파트 공사현장. 2021년 6월 지하 2층 지상 29층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이곳 아파트 공사현장은 주변을 펜스로 둘러싸고 출입구에는 출입 차량의 바퀴를 씻는 세륜시설도 설치돼 있었다.하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먼지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공사현장에서 20여m떨어진 H아파트가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또 공사현장에서는 암반으로 된 지반을 뚫기 위한 “쿵쿵”소리도 끊이지 않았다.이 아파트 주민은 “낮 시간대에만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계속 듣다 보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시공사는 공사 소음과 먼지 발생 등을 이유로 수 차례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H아파트 입주민들도 지난해부터 공사장 인근에 ‘먼지ᆞ소음 발생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여는 등 집단 행동을 벌이고 있었다.
425세대가 살고 있는 H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에 비산먼지까지 더해져 창문 열기가 무섭다”며 “시공사 측이 일부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공사 관련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도 불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근 재개발주택조합 사무실을 찾은 한 주민(62)은 “공사 현장에서 날아오는 먼지와 소음에 시달린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며 “손주들 교육과 환경에도 좋지 않아 정식으로 피해보상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B오피스텔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과 병원 환자들도 비산먼지로 고통받고 있었다.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의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이곳에는 외벽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한 주민(43)은 씨는 “한창 공사 중일 때는 도로 바닥에 먼지와 시멘트 가루가 쌓일 정도로 심각했다”며 “병원을 오가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코를 막고 다녔다”고 말했다.
달서구죽전네거리 인근 48층 높이의 C주상복합단지 공사현장은 미세먼지는 물론 공사폐기물도 주위로 날아들어 안전을 위협한 사실이 드러났다.아파트 전용 504세대와 오피스텔 48실이 들어서는 이곳에서는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건물 철거작업 중 건축폐기물의 비산먼지가 인근 주택가와 음식점으로 날리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한 상가 주민은 “매일 아침 일어나보면 차량이 하얀 가루로 뒤덮여 있었다”며 “철거 당시에는 공사현장 입구 주변이 온통 흙투성이였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업체인 S건설이 짓고 있는 이 주상복합건물 인근으로 건축폐기물이 날아들면서 차량이 파손된 적도 있었다.인근 쇼핑센터 관계자는 “지난달 현장과 50m가 넘는 거리에서 건축 폐기물이 날아와 고객의 차량을 파손시켜 피해보상을 받은 적이 있다”며 “사람에게 날아들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S건설 관계자는 “공사장 철거 작업은 타 업체에 외주를 줬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며 공사장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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