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반란’ 12표나 이탈… 트럼프, 집안 단속 실패로 리더십 상처
미국 상원은 14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자금 전용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으나, 공화당 내 이탈표가 다수 발생해 향후 정국 운영을 위한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결의안은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59표, 반대 41표로 통과했다.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이어서 공화당 내에서 12표가 이탈한 것이다. 앞서 이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의안이 통과되자 즉각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거부권 행사!"라고 밝히며 "이 결의안은 국경을 개방시켜 우리 나라의 범죄와 마약, 그리고 인신매매를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의회간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상원은 전날에도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끝내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54명, 반대 46명으로 가결했다. 하원 투표를 앞두고 있는 이 결의안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 등을 통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격"이라며 공화당 내 이탈표를 막기 위해 집안 단속을 시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표 단속에 나섰으나 의원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의 러마 알렉산더(테네시) 의원은 성명에서 “우리 나라의 건국자들은 대통령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예산 승인 권한을 의회에 줬다”며 “이 같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우리의 자유에 결정적 원천이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비상사태 선포가 국가비상사태법에 대한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 향후 민주당이 집권할 때 의회 견제 없이 예산이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에도 비상사태 저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상원에서는 67표, 하원은 270표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회 밖에서 진행되는 소송이 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위헌이라는 소송에 현재 20개주가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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