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 차림의 사진을 나뿐 아니라 많은 자이니치들이 갖고 있었다. 어쩌면 값비싼 기모노를 살 수 있을 만큼 성공한 자신의 삶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보통이 아닌 날들’은 사진으로 풀어 낸 일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일본 자이니치(재일조선인) 여성 단체인 ‘미리내’ 회원들이 각자의 가족 사진을 꺼내 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진으로 남긴 모습과 남기지 않은 사실들의 의미를 되짚으며 겹겹의 차별에 에워싸인 역사를 기록한다. 일본 내 소수자 그룹인 피차별 부락(에도시대부터 형성된 하층집단 부락)과 아이누,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베트남, 필리핀 출신 여성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한 시민이자 여성으로서의 미래를 꿈꾸는 대신,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부정했다 다시 직면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던 이들의 삶과 시대의 단면이 드러난다. “나에겐 자이니치 여성으로서의 미래상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앞 세대 여성과 현 세대 여성의 생각, 살아온 삶을 세세히 보여주고 싶다.” 미리내 회원인 황보강자씨가 전하는 말이다.
보통이 아닌 날들
미리내 엮음ㆍ양지현 옮김
사계절 발행ㆍ312쪽ㆍ1만8,0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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