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김정은과 벤츠 타고 카퍼레이드하는 장면
외교부 “‘취지 무관’ 지적했지만 반영 안 돼… 탑승은 제재와 무관”
보고서 내용과 무관하다는 외교부의 지적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최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결국 포함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제재 위반 사례 중 하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차량을 제시하려는 취지였을 뿐 거기에 탄 문 대통령을 제재와 연관시키려는 의도는 유엔 측에 없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문가 패널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방북 때 평양 시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 차량에 타고 카퍼레이드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실린 경위를 해명했다.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패널 보고서 초안에 해당 사진이 게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외교부는 전문가 패널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 내용을 볼 때 해당 사진 게재가 보고서의 전체적인 의미나 취지와 무관하다는 게 지적의 요지였다. 당국자는 “패널끼리 논의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외교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보고서는 (금수 대상) 사치품으로 지정된 차량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대통령의 (차량) 탑승 여부는 제재와 무관하고, 이에 대해서는 제재위와 패널 모두 동일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 어디에도 (문 대통령의 탑승을) 제재 위반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저희로서는 직접 관계도 없는 사진 게재가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패널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리무진의 북한 반입과 관련한 내용은 2012년과 2015년, 2016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이미 보고서에 들어갔다”며 “이번에 별도 의미가 부여된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재위가 해당 차량이 제재 위반 차량인 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사진을 실었다는 추측이나 문 대통령이 제재 위반 공범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 대해 당국자는 “패널 보고서의 초점이 차량 자체인 만큼 여러 추측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한 해 두 차례 보고서를 발간해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과 금수품 밀거래, 무기 수출, 불법 해킹 및 금융 활동 등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를 공개한다. 보고서 내용은 안보리나 제재위의 인준이 필요하지 않고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참고하는 자료로 쓰인다. 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한국ㆍ일본ㆍ싱가포르 등 3개 나라 등 8개국 출신 인사로 구성돼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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