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기들을 위한 액상 분유 판매가 본격 시작됐다. 상온에서 일정기간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진이나 홍수 등이 잦은 일본에선 재해 대비용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본 유가공업체인 에자키글리코사는 지난 4일 인터넷쇼핑몰 판매에 이어 11일부터 유아용품점이나 약국 등의 매장판매를 시작했고, 메이지(明治)사도 다음달부터 전국 매장에서 판매에 나선다. 에자키글리코사가 내놓은 액상 분유 ‘아이크레오’는 125㎖의 종이팩에 담겨 있으며 상온에서 젖병에 옮기기만 하면 간편하게 수유할 수 있다. 가격은 개당 216엔(약 2,160원)으로, 일반 분유에 비해 3~4배 비싸다. 메이지사의 ‘라쿠라쿠밀크’는 240㎖ 캔 포장으로 상온에서 1년간 보존되고 가격은 개당 232엔(약 2,320원)이다.
11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에자키글리코사의 체험행사에서는 “뜨거운 물에 녹이지 않아도 아기에게 먹일 수 있다”, “아기를 동반해 외출할 경우에도 짐이 줄어 간편하다”는 호평이 많았다고 NHK가 보도했다. 특히 종이팩과 캔 포장으로 돼 있어 6개월~1년 상온보관이 가능해 지진이나 홍수 등을 대비해 비축해 둘 수 있다. 액상 분유 출시로 여성의 육아부담을 줄이고 남성들도 육아참여의 장벽을 낮춰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저출산의 영향으로 분유시장이 날로 축소하고 있으며 일반 분유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성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있다. 분유업체들은 당분간 일본 국내의 시장규모를 30억~60억엔(약 300~6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액상 분유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1970년대부터 보급됐다. 전세계 분유시장에서 액상 분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0%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에선 1951년 후생노동성이 정한 ‘우유 및 유제품의 성분규격 등에 대한 성령’에 액상 분유에 대한 정의 자체가 없어 제조가 불가능했다. 또 과거 일반 가정에서 사육한 가축으로부터 생산한 유제품 등이 유통돼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제품에 대한 위생관리가 엄격하게 규정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액상 분유가 해외로부터 지원물자로 공급되면서 재해 대비용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6년 4월 구마모토(熊本) 지진 당시 단수조치 해제 이후에도 탁한 물이 공급되자 보육원 등에 핀란드산 액상 분유가 지원되면서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같은 해 10월 액체형 분유 해금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해 8월 후생노동성의 성령을 개정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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