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문 대통령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인니 노동자들 호소 편지

알림

"문 대통령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인니 노동자들 호소 편지

입력
2019.03.14 15:40
수정
2019.03.14 16:25
0 0
14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이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는 언제 내 월급을 돌려줄 것인가’라는 문구를 들고 미지급 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14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이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는 언제 내 월급을 돌려줄 것인가’라는 문구를 들고 미지급 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인 사장이 야반도주해 5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이 14일 자카르타 시내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밝히면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섬유노조연맹(SPN) 조합원 200명과 SPN 소속 SKB 노동자 100명은 인도네시아 노동부 앞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뒤, 한국대사관에서 집회를 가졌다. 편지는 한국대사관에 전달됐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다음은 편지 전문(우리말 번역본)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귀하

서울,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님,

무엇보다, 감사 드리고 또 감사 드립니다. 대통령님이 우리의 어려움을 알고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에스카베(SKB)에 속한 4,000명의 노동자들입니다. 우리 회사는 한국인 투자자가 소유한 봉제공장입니다. 아시듯이, 한국인 소유주들은 몇 달 전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강탈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나쁘고 슬픈 경험을 갖고 있음을 압니다. 우리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같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국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우리나라 인도네시아와 같은 아세안 나라들과 관계를 증진시키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사회 정의를 회복시켜 주길 원합니다. 우리의 빼앗긴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돌려받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의무인 '법의 지배(법치주의)'를 실천하길 원합니다.

특히 우리는 사라진 한국인 소유주들이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현행법에 맞게 자신들의 법률적 책임을 다하기를 원합니다. 이 한국인들은 임금과 사회보험료 같은 우리의 재산을 강탈하고 인간인 우리의 안전을 파괴한 범죄자들입니다.

대통령님이 우리의 어려움에 관심을 보일 때까지,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대사관과 한국인 투자자 단체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지난 몇 달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한국대사관은 우리 피해 노동자들을 찾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상공회의소(KOCHAM)와 한인봉제협의회(KOGA) 같은 한국인 투자 단체들은 우리 공장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한국대사관과 한국경제인단체 그 누구도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오늘까지도 상황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슬프게도 우리는 한국대사관, KOCHAM, KOGA가 극도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더러운 화장실, 형편 없는 에어컨과 환기시설, 끔찍한 식사와 식당,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등 끔찍하기 짝이 없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단 하나의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 투자자들이 소유한 많은 봉제 공장에 공통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끔찍한 노동조건은 현행법에 명백히 저촉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님의 관심이 우리 노동자들을 돕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도네시아의 보통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도록 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는 끔찍한 노동조건과 어려운 상황이 하루 아침에 확 바뀌지 않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SKB 노동자들에 대한 대통령님의 관심이 인도네시아 봉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한국민과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우정을 증진시키는 전환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대통령님,

제 편지를 마치기 전에, 최근에 우리 공장을 찾아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 한국 언론에 특별한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이분들이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한 좋은 친구들이라 확신합니다.

우리의 소망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우리는 법이 지켜지기를 원할 뿐입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우받길 원할 뿐입니다. 우리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신의 축복을 기도합니다.

베라와티(Verawati) 섬유노조연맹(SPN) 소속 SKB공장노조 위원장 올림

◇다음은 편지 원문.

Kepada Yth, President Korea Selatan Bapak Moon Jae-in

di Seoul, Korea Selatan

Yang terhormat Presiden Moon Jae-in

Pertama-tama, izinkan kami mengucapkan terimakasih yang sebesar-besarnya kepada Anda. Kami mendengar berita yang menyebutkan bahwa Anda mengetahui tentang kesulitan yang kami hadapi dan memberikan perintah agar pejabat pemerintah Korea yang terkait segera menyelesaikan masalah kami.

Kami adalah 4000 pekerja yang bekerja di PT Selaras Kausa Busana (SKB) yang merupakan perusahaan garmen yang dimiliki oleh Investor Korea. Seperti yang anda ketahui, pengusaha Korea tersebut telah menghilang tanpa diketahui keberadaannya, beberapa bulan yang lalu. Mereka telah merampok upah kami dan tunjangan-tunjangan. Kami telah mengalami kesulitan selama beberapa bulan terakhir.

Kami mengetahui bahwa Korea Selatan memiliki pengalaman yang buruk dan sedih atas imprealisme dan penjajahan. Kami mengetahui bahwa saat ini Korea Selatan tidak hanya secara ekonomi menjadi negara maju, akan tetapi juga negara demokratis yang menghormati hak asasi manusia. Kami juga mengetahui bahwa saat ini Korea ingin mengembangkan kerjasama yang lebih jauh dengan negara-negara ASEAN seperti negara kami Indonesia.

Kami mengharapkan pemerintah Korea Selatan untuk mengembalikan keadilan sosial. Kami ingin mendapatkan kembali upah kami yang telah dirampok dan tunjangan-tunjangan lainnya. Kami ingin pemerintah Indonesia dan Korea Selatan untuk menjalankan kewajiban-kewajibannya, inilah apa yang disebut dengan “hukum yang memerintah sebuah negara”

Lebih jauh lagi, kami sangat mengharapkan bahwa Pengusaha Korea yang menghilang untuk bertanggung jawab secara hukum sesuai dengan undang-undang yang berlaku di Indonesia dan Korea. Para pengusaha Korea ini adalah para kriminal yang merampok kepentingan mereka seperti upah mereka dan tunjangan sosial, yang telah menghancurkan keselamatan kami sebagai manusia.

Sampai Anda memberikan perhatian kepada kesulitan yang kami hadapi, tidak ada seorang pun dari Kedutaan Korea Selatan dan komunitas investor Korea Selatan yang berkantor di Indonesia yang memperhatikan kasus ini. Selama beberapa bulan kesulitan yang kami hadapi, kedutaan Anda di Jakarta, belum pernah menemui kami para korban. Asosiasi investor seperti KOCHAM dan KOGA belum pernah sekalipun mengunjungi pabrik kami. Mereka belum pernah mendengarkan kami sama sekali. Sewaktu surat ini kami tulis, kami masih berada dalam situasi yang sama.

Sungguh ini kenyataan yang paling menyedihkan bahwa sampai hari ini belum pernah ada satu pun yang dapat diselesaikan oleh Kedutaan Korea, KOCHAM dan KOGA untuk menyelesaikan kondisi kerja yang buruk seperti jam kerja yang panjang, upah yang rendah, toilet yang kotor, pendingin udara yang baik, sirkulasi udara yang buruk, kualitas makanan dan kantin yang buruk, tempat parkir yang sempit, dll. Masalah-masalah ini bukan hanya masalah di pabrik kami, akan tetapi sangat sering terjadi di banyak perusahaan-perusahaan garmen yang didirikan oleh perusahaan Korea. Kondisi kerja yang buruk seperti ini melanggar

Undang-undang yang ada. Dengan alasan ini, kami mengharapkan bahwa perhatian Anda kepada kami semua, bukan hanya menolong kami, akan tetapi juga mempromosikan perasaan yang nyaman dari orang-orang Indonesia seperti kami terhadap orang Korea.

Bapak Presiden, Moon Jae-in, kami sangat sadar bahwa kondisi yang buruk dan sulit ini tidak dapat diubah dalam satu hari. Akan tetapi, kami sangat yakin bahwa perhatian Anda untuk kami, pekerja PT Selaras Kausa Busana, dapat menjadi titik balik untuk melakukan perubahan yang berarti bagi situasi kondisi kerja yang buruk bagi pekerja garmen di Indonesia, akan tetapi juga mempromosikan persahabatan antara orang Korea dan orang Indonesia.

Bapak Presiden yang terhormat, Sebelum saya menyelesaikan surat kami ini, saya ingin menyampaikan terimakasih yang khusus kepada media massa Korea yang berkunjung ke pabrik kami dan mendengarkan suara-suara kami akhir-akhir ini. Kami sangat yakin bahwa mereka adalah teman baik dari demokrasi dan hak asasi manusia, tidak hanya di Korea, tapi juga negara-negara ASEAN.

Harapan kami sangat tinggi. Kami menginginkan supremasi hukum/aturan hukum. Kami ingin diperlakukan sebagai manusia, bukan mesin. Dengarkanlah Kami, Para Pekerja Indonesia Tuhan Memberkati Bapak Presiden

Verawati (Ketua PSP SPN PT Selaras Kausa Busana)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