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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의과학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관장할 ‘단일 사령탑’ 절실

입력
2019.03.18 22:46
수정
2019.03.19 10: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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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

“언제쯤 우리나라도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올해 초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에 취임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필자가 받은 가장 당황스러웠던 질문이었다. “가까운 시일 내 불가능하다”고 짧게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의과학 연구하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의대와 정부연구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을 몇 가지 들어보겠다. 우선 의사연구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하다. 2017년 의학한림원이 내놓은 한국의학연구업적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가운데 의과학 분야가 21~28%를 차지했고, 생명과학 분야가 19~23%로 뒤를 이었다. 두 분야를 합치면 절반가량(42~52%)이나 됐다. 어느 학문 영역에 연구가 집중되는지 잘 보여준다. 우리 학자가 발표한 SCI 논문도 의과학(20%) 생명과학(16%) 분야가 많아 우리도 세계적인 연구 추세에 따르는 셈이다.

정부가 1960년대 이후 ‘과학 입국’을 내세워 ‘과학기술 발전=국가 발전’이라는 정치철학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 연구가 곧 연구처럼 돼 버렸다. 반면 우리 의학은 진료에 치중돼 연구 개념조차 자리잡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도 “바쁜 의사가 진료하면서 무슨 연구를 해? 다 아랫사람들 시키는 것 아냐?”라는 질문을, 그것도 국가연구관리기관에서 중책을 맡은 분에게서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깊은 자괴감이 든다.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열정을 가진 의사연구자는 진료ㆍ교육ㆍ연구 3축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일정이 바쁜 가운데도 치열한 의업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으로 의생명과학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고, 의료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두 번째로 의생명과학 연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연구비는 어디서 나오든지 연구자는 연구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생명과학 연구는 환자 진단ㆍ치료와 생명 연장에 도움돼야 하고, 의료산업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연구 목적이 이럴진대 연구 동기나 문제점 발견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고, 접점에는 의사연구자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의생명과학 연구는 의사연구자가 핵심적으로 참여해야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도 달성한다. 하지만 의생명과학 연구 관리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의사연구자 참여가 제한되고 부족해져 방향성을 잃게 되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연구를 주도하는 미국의 경우 의생명과학 연구를 국립보건원(NIH)이 거의 지원하고, 연구비만도 20조원이다. 일본도 2015년 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만들어 3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의생명과학 연구 지원기관을 단일화했다. 연구 지원ㆍ관리를 단일기관으로 모음으로써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의생명과학 연구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에 흩어져 있다. 게다가 복지부는 몇 개의 임상연구를 포함해 7,000억원 정도만 관리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의생명과학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관장할 새로운 거버넌스 즉 ‘단일 연구 사령탑’을 만들어야 할 때다.

세 번째로 연구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연구비 집행과정에서 행정처리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 또한, 연구비 지원 심사가 공정ㆍ객관적으로 이뤄져 주제에 적합한 최고 전문가에게 배정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원로 석학단체로 오랜 연구경험과 높은 식견을 가지고 불편부당한 회원으로 이뤄진 의학한림원이 연구비 지원 심사를 맡기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연구결과의 사후평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 계획서에 따라 충실히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거나 부실한 성과를 냈으면 합당한 벌칙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연구자가 최선을 다해 연구를 수행했는데도 실패했다면 책임을 묻지 않고 도전할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 비록 그 과제를 실패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배운 것이 분명히 있고,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얻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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