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이 경찰 조사에 앞서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형식적인 한마디,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된 정준영은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지난 12일 입국 당시 정준영이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기에 이날 정준영이 해야 할 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컸고, 논란의 중요성을 보여주듯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100명 넘는 취재진이 운집했다. 정준영은 13일 0시 30분께 전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냈으나 이는 정준영이 직접 썼는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
단 사과문에서 분명한 점은 정준영이 "저에 관하여 거론되고 있는 내용들과 관련하여, 제 모든 죄를 인정합니다. 저는 동의를 받지 않은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하였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하였습니다"라며 혐의를 인정한 것. 이에 따라 정준영이 경찰 조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됐다.
그러나 이날 정준영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너무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절절한 반성이 묻어나던 사과문과 다르게 휴대폰 제출 여부, 약물 사용 여부, 2016년도 무혐의 건, 혐의 인정 범위 등에 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것. 사과 또한 광범위하게 국민을 향했을 뿐, 피해 여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앞서 디스패치는 정준영의 혐의 및 각종 의혹에 대해 익명 제보자의 말을 빌려 "2016년 기자회견을 가면서 정준영이 '죄송한 척 하고 올게'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정준영의 '죄송한 척'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는 걸까. 검은 정장에 머리를 묶은 차림은 단정했으나 정준영의 성의 없는 "죄송하다"라는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준영의 혐의는 지난 11일 SBS '8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정준영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간 10명 이상의 여성을 불법 촬영한 자료를 카톡방 등에서 공유했다. 해당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정준영 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다수의 연예인들은 정준영과의 친분 및 사건 연관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정준영은 tvN '짠내투어',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 미국편', KBS2 '1박 2일' 등 출연 및 촬영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 3편과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9' 페스티벌에서 하차했다. 예능 3편의 경우 여태까지 촬영한 분량도 모두 편집할 것으로 결정됐다. 정준영 또한 사과문에서 "공인으로서의 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연예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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