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럽을 향해 “6G 시대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자”고 촉구했다. 5G가 올해 겨우 상용화 원년을 맞이한 만큼 다소 이른 제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 5G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갈라치기’ 전법으로 적진을 흔들어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환구시보는 14일 “올해 상용화를 시작한 5G가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려면 좀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지금이야 말로 향후 10년간의 협력을 논의할 때”라며 “유럽과 중국은 6G를 향해 멀리 눈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4G가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2010년경에 5G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면서 “연구에서 상업화까지 통상 10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6G 연구에 나서는 것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5G는 사회와 업계에 혁명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6G는 풍부한 상상력과 더 빠른 속도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6G는 이론상 다운로드 속도가 5G에 비해 1,000배 빠르다.
중국은 2017년 말부터 6G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핀란드를 지목해 “노키아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기통신장비업체”라며 “핀란드는 5G 발전을 주도했고, 6G 연구에도 2억5,000만유로(약 3,2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치켜세웠다.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공동 보조를 취하자는 뉘앙스다.
그러면서 유럽 전체를 향해서는 “2024년까지 5G 상용화에 뒤쳐질 것”이라며 “향후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6G 협력이 중요하다”고 자존심을 건드렸다. 특히 “중국은 정보통신기술의 선두주자이고 글로벌 전기통신 표준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도 영향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이 6G 협력을 조기에 시작할 수 있다면 장차 유럽이 기술경쟁에서 낙오되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중국의 숨통을 죄어오는 미국과 유럽의 공동전선을 겨냥해 “태평양 건너 중국은 더 많은 의심과 장애물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개방성은 중국에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유럽을 향해 강렬한 구애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보고서를 인용 “EU는 중국의 세계 전략이 제기하는 무역, 경제 성장 및 안보에 대한 위협을 주목하는 방향으로 대중국 관계를 재조정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을 5G와 같은 핵심 분야에서 경제적 경쟁자, 또 정치적으로 체계적인 경쟁자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EU는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국제 규범과 제도를 유지하는 잠재적 파트너”로 규정했지만 갈수록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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