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다 같이 만나서 스트립바 가서 차에서 강간하자.” 가수 정준영(30)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맥락으로 봤을 때 농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다. 정준영은 이 단체대화방에서 성관계 불법촬영물도 공유했다. 인권에 대한 인식은커녕 죄의식조차 없어 보였다. 일탈이라 표현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행태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도 다르지 않았다. 단체대화방에서 투자자에 대한 성 접대를 논의하며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비뚤어진 이성관과 인권의식 부재는 연예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연예인의 성장 환경과 일상 생활을 고려했을 때 더 심화될 수 있는 문제다.
가요업계에서는 가요기획사에 들어간 연습생이 아이돌그룹 멤버로 데뷔하기까지 3,4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본다. 이른바 3대 가요기획사인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보통 5년 가량을 연습생으로 살아야 데뷔할 수 있다. 연습생이 되기도 힘들지만 정식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은 더 험난하다. 노래와 춤을 배우면서 성적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3대 기획사에선 일정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연습생 생활을 그만둬야 한다. 성공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경쟁은 살인적이다. 학업이나 성장 환경이 또래들과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깜짝 스타가 된 배우들도 인성을 다듬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기회가 많지 않다.
평범한 또래들은 경험하지 못 하는 스트레스를 견디며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성공의 단맛을 봤을 때의 정신적 상황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남들은 접근하기 힘든 자극에 대한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스타덤에 오르면 더 특별한 경험과 자극을 얻고 싶어진다”며 “마약과 도박, 불법 촬영 등의 논란이 연예계에서 반복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3대 기획사는 소속 가수들의 이미지 관리 등을 위해서도 인성교육을 필수항목으로 보지만 중소 기획사는 엄두를 내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 정신 상담 기회 등도 대형 기획사 정도만 갖추고 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학업을 포기하고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 연습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연예기획사에 인성 교육 프로그램 등의 의무화가 가능한지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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