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말레이시아 정상회담... “FTA 협상 연내 타결”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ㆍ말레이시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연내에 타결키로 합의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지지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격인 푸트라자야 총리궁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이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에서 문 대통령은 마하티르 총리가 1980년대부터 한국 등과 전력적 협력에 중점을 두며 추진했던 ‘동방정책’이 양국 협력관계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한국 정부의 ‘신(新)남방정책’과 조화를 통해 양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을 만들어 내자”고 제안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앞으로 구체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한ㆍ말레이시아 FTA를 추진키로 합의하고, 올해 11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타결을 선언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2007년 발효된 한ㆍ아세안 FTA로 교역품의 90% 수준이 이미 개방돼 있으나,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 일부는 제외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양자 FTA로 시장개방이 확대되면 우리 기업의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한류 콘텐츠를 보유한 한국과 글로벌 할랄(Halalㆍ무슬림에게 허용된 것) 표준을 선도하는 말레이시아 양국이 협력해 제3국 할랄 시장 공동진출을 모색키로 했다. 할랄 산업 협력은 이날 체결된 4건의 한-말레이시아 협력 양해각서(MOU)에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세계 20억 인구의 이슬람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제조업 4.0 대응을 위한 산업협력 △지능형교통시스템 등 교통협력 △스마트시티 협력 MOU도 체결했다. 특히 한국형 스마트시티 아세안 진출의 첫 사례인 코타키나발루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스마트시티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책, 나아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공동언론발표에서 마하티르 총리는 “남북관계가 보다 진전되고, 북미 간 군축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이 있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아세안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국빈방문 첫 공식일정으로 압둘라 국왕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한국 정상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후 9년 만이다.
쿠알라룸푸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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