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에서 7세 아이를 키우는 도유진(36)씨는 최근 ‘로또’라는 국공립유치원에 아이 보낼 기회를 포기했다. 지난해까지 아이를 보내던 사립유치원이 무단 폐원하면서 교육청에서 지역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으로 옮겨주겠다고 했는데, 예산 문제로 통학버스를 등원할 때만 운영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그는 아무리 빨리 퇴근해도 버스로 네 정거장 거리인 유치원에서 집까지 매일 하원 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아이는 병설유치원 대신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도씨는 “통학버스, 짧은 방학 기간, 돌봄(방과 후 과정)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국공립에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 이후 국공립유치원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국공립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국공립유치원 수를 늘리는 만큼, 학부모들 눈높이에 맞게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국공립유치원 703학급이 새롭게 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3월 목표가 692학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초과 달성한 수치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1,080학급을 신설해 국공립유치원 유아 정원을 2만명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공립유치원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수준은 미흡하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게 방과 후 과정(종일반)이다. 사립유치원은 종일반을 신청할 경우 맞벌이 여부와 상관 없이 오후 5~6시까지 아이를 봐준다. 하지만 국공립유치원은 맞벌이를 중심으로 종일반이 운영되고 이마저도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종일반에 탈락하면 아이는 오후 1시에 하원을 해야 한다. 서울 지역의 2018학년도 국공립유치원 방과 후 과정 경쟁률은 4.28대 1이었다.
90%가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사립유치원과 달리 국공립은 26% 정도만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병설유치원의 경우 한두 학급만 있는 곳도 많다 보니 따로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정원 충원률은 약 80% 수준에 그친다. 유치원 수요가 많은 서울(90.9%)과 인천(91.2%)도 정원보다 재원 중인 원아 수가 더 적다. 대기자가 많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충원률이 낮아 학급 수를 줄이는 병설유치원도 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원장은 “국공립유치원에 당첨돼도 종일반이 안 돼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많다”며 “정부가 국공립을 늘리면 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양질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교육 수요자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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