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의 개막 열기가 뜨겁다. 구단들은 홈 개막전부터 지난해 최다 관중을 넘어서거나 버금가는 수준의 관중을 맞으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에 이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늘어난 데다, 구단들이 음지에서 노력한 결과들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시즌 초반만 놓고 보면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지만, 프로축구연맹과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개막 효과’가 어느 순간 푹 꺼지진 않을까 걱정을 놓지 못한다. 전에 없던 폭발적인 관중 증가세를 체감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어느 해보다 크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관중)’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특히 K리그를 처음 찾았다는 관중들의 지적은 뼈아프다. 예매티켓 발권시스템 미흡과 인력 부족에 따른 입장 대기시간 지체부터, 구단 머천다이징 상품 부족, 턱없이 부족한 먹거리 등 현장 고객의 불만은 다양하다. “한 번 오는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손님은 없다”는 ‘장사 잘 되는 집’ 비결을 반드시 새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장을 처음 찾은 손님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결국 ‘꾸준한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인천, 대구 등 홈 개막전부터 기록적인 관중을 끌어 모은 구단 매표소엔 무인 발권기조차 마련되지 않아 입장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매를 택한 관중들의 애를 태웠다. 인천에선 예매티켓 발권 창구가 한 개 밖에 마련되지 않아 예매 관중들이 100m이상 줄을 늘어서 현장구매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한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줄을 서 있던 이승우(25)씨는 “지난해에도 평소보다 관중만 늘면 꾸준히 반복됐던 모습”이라며 “당일 현장 스태프를 늘리거나 무인발권기만 설치했어도 크게 개선됐을 일”이라며 혀를 찼다. 결국 이 씨는 경기 시작 3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음에도 발권 대기 20여분, 입장 시 가방 검사 대기에 20여분을 허비해 경기가 시작된 뒤에야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대구에서 만난 한 관중도 “모바일 티켓을 활용한 입장도 대안이지만, 모바일 티켓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은 시도하기 어렵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통로 한 구석에 고작 과자 몇 종류만 펼쳐놓은 ‘간이매점’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라며 “흥행 동력을 이어가려면 세심한 부분까지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연맹은 물론 각 구단들이 시즌초반 관중들의 다양한 불만사항에 귀 기울여 해결 가능한 것부터 발 빠르게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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