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정권 놓친 뒤 자포자기” 황교안 “좌파정권 폭거”
선거제 등 여야4당 연대 맞물려 보혁 정면대결 구도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이틀째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양측은 13일 국회 윤리위원회 맞제소로 전선을 확대시켜 한치도 물러섬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양당의 강대강 대치에 선거제 개편을 고리로 한 여야 4당 연대가 맞물리면서 한국당 측과 대립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정치권내 진보와 보수로 갈등구조가 재편될 가능성과 함께 총력전 양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이날 국회 윤리위에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윤호중 당 사무총장이 대표발의한 징계안에는 민주당 의원 128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최고위원회의는 나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이해찬 대표는 “대통령과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보면서 정권을 놓친 뒤에 거의 자포자기하는 발언이란 느낌을 받았다”며 “전당대회때 하던 모습을 국회에서 보면서 ‘정말 앞길이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정을 실어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극우와 반평화 정치, 선동과 혐오의 정치를 하겠다는 몽니”라고 성토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입만 열면 악취가 나는데 어떻게 귀를 열겠는가”라며 “마이동풍 정권이라 남 탓 말고, 구상악취 야당이란 국민의 진단을 엄중히 인식하라”고 비난했다. 원내대표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한국당도 황교안 대표가 나서 강한 톤으로 맞불을 놓았다. 황 대표는 의원총회와 4·3보궐선거 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가 과거 독재시절로 회귀한 것 아닌가 정말 놀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좌파독재정권의 의회장악 폭거”로 규정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제1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틀어막는 것, 이것이 과거 우리가 극복하려 했던 공포정치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원색적으로 날을 세웠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어제 국회본회의 장면은 ‘청와대 심부름센터’ 역할을 하면서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한 민주당의 민낯을 보여줬다, 국회망신”이라고 포화를 날렸다. 한국당은 민주당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국가원수 모독죄를 거론하는 등 민주화를 위한 국회의 노력을 무시했고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대하게 실추시켰다”며 국회 윤리위에 맞제소했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치가 격화되는 와중에 여야4당의 공조는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함께 추진중인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한국당 고립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여야4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법안 통과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단단해진 야3당과의 개혁 연대를 활용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현재 개혁 연대만으로 180석 확보가 가능하다. 전체 의석의 5분의 3 이상(180석)이 되면 상임위에 관계 없이 국회의장에 직접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이 가능해 선거제 개혁과 함께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최장 330일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브루나이 순방 중에 돌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 수용을 지시한 것도 개혁 연대구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들 4당이 추진중인 선거제 개혁과 개혁입법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이 배수진을 친 배경은 보혁간 정면대결 구도로 흩어진 보수지지층을 회복하겠다는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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