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에서 시작된 경찰 수사가 빅뱅의 승리에 이어 가수 정준영의 몰카에까지 연결됐다. 승리와 정준영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수사기관과 유착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3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최근 수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폭발력 있는 의혹들이 연거푸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승리의 카톡 대화방 사본을 입수한 데 이어, 원본 전부를 입수해 분석할 계획이다.
◇경찰’총장’이 걱정 말라더라?
방정현 변호사는 카톡 대화방에 유명 연예인과 고위급 경찰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카톡방에 ‘경찰 총장’이란 말이 딱 한 번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대화방의 누군가가 “옆에 업소가 우리 업소를 사진도 찍고 해서 찔렀는데 경찰 총장이 걱정말라더라”고 말한 대목에서다. 카톡 대화가 이뤄진 시기는 2016년 7월인데, 대화 내용만 보면 마치 경찰이 업소의 뒤를 봐준 듯한 뉘앙스다. 다만 경찰 직급에서 가장 상위인 경찰’청장’은 있어도 경찰’총장’은 없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카톡 대화에 총장이란 문구가 나오니까 혹시라도 당시 사건에 경찰이 영향력을 행사한 건 아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카톡방은 승리가 포함된 방이다. 2016년 7월이면 버닝썬이 문을 열기 전이어서 현재로선 이들이 말한 업소가 어디인지 특정하긴 어렵다. 이외 경찰 고위급이 언급된 대목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승리에 대해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하며, 이 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FT아일랜드 최종훈 음주운전 막아줬다 자랑하기도
카톡 대화방에 있던 한 연예인은 당시 음주운전을 했는데 대화방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사실이 기사화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이 연예인은 대화방에서 ‘경찰팀장’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경찰은 이 둘 사이의 관계도 캐고 있다. 민 청장은 “혹시라도 대가 같은 게 있을 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음주운전 때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한 연예인은 FT아일랜드 리더 최종훈이다. 최종훈은 2016년 3월 서울용산경찰서 관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실제로 기사가 나가지는 않았다. 최종훈 소속사에 따르면 최종훈은 2016년 2월 서울 이태원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250만원의 벌금과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최종훈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추후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유착 유무 등을 확실히 확인하고, 만일 유착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정준영 마약 투약 여부도 조사”
경찰이 정준영을 긴급체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민 청장은 “범죄 사실을 아직 특정한 게 아닌 데다 긴급체포 요건을 맞추지 못해 그러질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정준영을 상대로도 마약 투약 여부를 함께 수사할 계획이다. 애초 이 사안의 발단이 됐던 버닝썬에서의 김상교씨 폭행 사건은 마무리 단계다. 시간대별 사실확인이 마무리된 상황인 만큼 판단의 부분만 남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승리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민 청장은 “현재 수사 중이며 구체적 증거를 토대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더딘 거 아닌가?
최근 버닝썬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수사가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에 승리의 성범죄 등을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경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는 데도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경찰이 건네 받은 자료가 사본인데 수사기관 입장에선 원본과 비교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원본 입수를 위해 조만간 법원에 압수수색 영창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126명의 합동팀을 꾸렸다. 서울청 차장 아래 서울청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사이버수사대, 마약수사대 등이 총동원됐다. 민 청장은 “연예인들이 카톡방에서 불법 영상을 공유하고 그걸 즐긴 것 자체만으로 충격적”이라며 “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경찰이 책임지고 해소한다는 마음으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에 빈틈이 없어야 하기에 경찰청에선 수사국장을 책임자로 하는 합동 점검단을 꾸렸다”며 “수사팀이 외압을 받는다던가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유착 의혹에 대해선 “감찰 역량을 총동원, 비리가 발견되면 철저히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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