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이 나오면 빨라진 데이터 전송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 두 시간짜리 영화 파일(2GB)을 다운로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한다. 이론상으로 5세대(G) 통신은 4G보다 20배 빠른 최고 속도(20Gbps)를 낼 수 있다. 2GB 영화를 0.8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엄청난 스피드다. 하지만 이는 이론으로만 가능한 이상적인 속도다. 세계 1호 5G 스마트폰이 될 ‘갤럭시S10 5G’가 이르면 다음달 출시되지만, 현실적으로 5G용 주파수를 100% 활용할 순 없는 상황이다. 부족한 5G 망 때문에 4G와 결합해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서 올해 5G폰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4G보다 약 2~3배 빠른 수준이 될 전망이다.
1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5G 속도는 이동통신 3사가 확보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별 폭과 4G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주파수 대역을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이 핵심이다.
지난해 6월 진행된 5G용 3.5GHz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00MHz폭씩, LG유플러스는 80MHz 폭을 따냈다. 100MHz폭이 올릴 수 있는 최고 속도는 1.5Gbps, 80MHz폭은 1.3Gbps다. 여기에 기존 4G용으로 갖고 있는 주파수를 묶어 5G와 결합시켜야 하는데, 묶을 수 있는 4G 주파수 대역폭 총량은 SK텔레콤이 75MHz폭,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0MHz폭이다. 4G와 5G를 결합했을 때의 속도는 SK텔레콤 2.7Gbps, KT가 2.4Gbps, LG유플러스가 2.2Gbps다. 4G 최고 속도인 1Gbps 보다 2.2~2.7배 빠른 것이다.
초기 4G 속도는 75Mbps에 불과했다. 2GB 영화를 다운받는 데 3분38초가 걸렸다. 2.7Gbps 속도라면 6초에 가능하다. 대용량인 가상현실(VR) 콘텐츠(10GB 기준)는 약 30초 만에 내려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올해 이동통신 3사는 4G와 5G를 결합하는 기술을 계속 고도화시켜 속도를 가능한 만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5G 기지국을 촘촘하게 세워 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LG유플러스가 상반기 중 5만개를 구축한다고 공개해 가장 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꿈의 속도’ 20Gbps는 언제쯤 가능할까. 더 빠른 속도를 내려면 고주파 대역을 활용해야 한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주파수 경매 때 3.5GHz 대역뿐 아니라 28GHz 대역도 배분 받았다. 이 28GHz 대역을 적극 활용해야 20Gbps의 속도가 가능하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3.5GHz가 달 착륙에 도전하는 거라면 28GHz는 완전 미지의 세계인 화성 착륙에 도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험실에서는 이미 2016년 20Gbps 속도 구현에 성공했지만 초고대역 전파는 유리나 가로수, 도로 표지판에 부딪혀도 튕겨 나와 전 세계 기술자들이 28GHz 전파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라며 “꾸준한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8GHz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5Gbps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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