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음력 1월 한달이 ‘설’

호찌민 시내 한 휴대폰 매장 직원이 매장 안에 설치된 신주를 장식하고 있던 꽃을 바꾸고 있다. 돈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고 있으며 1주일에 한번씩 교체한다고 한다. 토속신앙은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호찌민=정민승 특파원

음력 1월 한달 동안 가족의 건강과 재복을 기원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베트남은 토속신앙의 나라다. 오랜 기간 유교와 불교 영향을 받았고 천주교, 개신교, 이슬람교 등 세계 주요 종교들도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이들 종교들이 현지의 토속신앙과 섞이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특정 종교와 무관하게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 성향을 띠고 있다. 하늘, 땅을 중심으로 집, 나무, 바위 등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주변의 다양한 영혼들을 홀대하지 않아야 잘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는다.

실제로 자신이 토속종교를 따른다고 답한 사람 비율도 가장 높다. 2017년 주베트남 미국 대사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무교 및 토속 종교 인구 비율이 70%를 넘어선다. 무교, 토속종교가 구분되지 않은 것은 불교, 천주교와 같은 종교는 없더라도 토속신앙에 의존하는 무신자들 탓이다. 이는 신주 문화에서 잘 드러난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술집, 세탁소, 옷 가게, 마트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급 수입차 매장, 휴대폰 등 첨단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도 신주 단지가 모셔진 경우도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조상의 영혼을 잘 모시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조상숭배교(터옹 바 토 띠엔)가 엄연한 토속종교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기일이 아니더라도 집 안 한쪽 공간에 제사상을 차려 놓고 수시로 향을 피우거나 과일 등 음식을 올려놓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각종 신앙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젊은이들이 이력서 등에서 종교를 묻는 물음에 칸을 비워 놓거나 ‘무교’라고 쓰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취업 준비생 융 후엔 안(23)은 “집안이 불교를 따라 거기에 가깝지만, 대외적으로는 ‘무교’로 적는다”며 “(토속신앙을 믿는 게)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베트남의 상당수 젊은 계층은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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