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 접대 의혹에 이어 가수 정준영이 직접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승리가 속한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빅뱅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로 주가가 급락하는 ‘엔터주 잔혹사’가 수시로 반복되면서 투자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승리가 주말이던 10일 성 접대 의혹으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자 11일 YG엔터 주가는 직전 거래일(8일) 종가 4만3,250원에서 3만7,150원으로 14.10% 폭락했다. 2011년 11월 코스닥에 이 회사 주식이 상장된 이래 최대 하락 폭이다. 이튿날인 12일에도 YG엔터는 3.36% 하락한 3만5,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들이 몰리면서 이날 거래소는 YG엔터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13일 YG엔터가 승리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하면서 주가(종가 3만7,750원)가 5.15% 반등하긴 했지만, 이 회사 시가총액은 이번주 들어 1,000억원 이상 증발한 상태다.
YG엔터 주가 급락은 당장 승리가 연루된 사건의 충격성과 그에 따른 공분에서 비롯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YG엔터의 소속 연예인 관리능력 부족과 주축그룹 빅뱅의 불투명한 미래가 향후 영업 전망에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YG엔터 주가가 소속 연예인으로 인해 출렁이는 사태는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2017년 6월에는 빅뱅의 또 다른 멤버 탑이 대마초 흡연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YG엔터 주가를 끌어내렸고, 2014년 7월엔 2NE1 멤버 박봄이 4년 전 마약류로 분류되는 암페타민 82정을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주가를 흔들었다. 유승만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소속 아티스트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엔터주의 산업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다른 엔터주들도 마찬가지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10월 엑소 멤버였던 루한이 탈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총이 하루 만에 1,126억원 날아갔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최대주주 박진영씨의 구원파 논란에 휘청였고, 키이스트도 2014년 8월 가수 김현중의 여자친구 폭행 사건이 터지자마자 주가가 8%가량 주저앉았다.
이런 탓에 투자자들의 엔터주에 대한 시선은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연예인 이슈는 워낙 폭발력이 강하기 때문에 소속 연예인이 한 명이라도 스캔들에 엮이면 회사 주가가 휘청대는 걸 막을 수 없다”며 “결국 연예인 개개인이 처신을 조심하며 활동해야 하지만, 스캔들이 꼬리를 물다 보니 투자자 사이에선 ‘통제불가능한 변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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