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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업장 70%, 노조ㆍ근로자대표 동의 없이 탄력근로제 불법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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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업장 70%, 노조ㆍ근로자대표 동의 없이 탄력근로제 불법 도입”

입력
2019.03.1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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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사업장 2436곳 실태조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큰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사노위의 첫 합의 내용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큰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사노위의 첫 합의 내용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의뢰로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 결과,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를 노조나 근로자 대표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도입한 사업장이 최대 10곳 중 7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장 다섯 곳 중 한 곳은 아무런 문서도 남기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탄력근로제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고용부는 지난해 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요약해 발표하면서, 이런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내용이 알려졌을 경우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당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 파장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유연근로제도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적 시사점’을 보면, 지난해 10~11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2,436곳(탄력근로제 도입 사업장은 13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탄력근로제 도입 시 ‘근로자 대표(또는 과반수 노조)와 별도로 협의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로자 개별 합의가 12.8%였고,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10.6%),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8.5%), 별도로 선출한 근로자 대표(7.4%) 순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불법에 해당할 수 있는 미협의 또는 근로자와 개별 합의를 했다는 응답이 70.5%에 이르는 것이다. 현행법상 탄력근로제는 2주 이하와 3개월 이하 단위기간 두 종류가 있는데, 2주 이하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도입할 수 있어 근로자 동의가 경우에 따라 필요치 않기도 하다. 그러나 2주 초과~3개월 이하 탄력근로제를 하려면 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사 대상 중 2주 이하 탄력근로제 유형이 2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대상 사업장의 최소한 41.5% 최대 70.5%가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또한 탄력근로제를 실시하고 있으면서도 시행 방법과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를 전혀 작성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업체가 20.6%였다. 2주 단위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에,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는 서면합의서에 시행 방법 등을 남겨야 하므로 이 역시 불법이다.

지금까지 탄력근로제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됐음을 방증하는 조사 결과이지만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20일 노동연구원의 탄력근로제 활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 내용의 한 부분이던 불법 도입 사업장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도입 이유 △사용자들이 원하는 제도 개선 사항 등만 공개했다. 발표 당시 기자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전체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지만, 고용부는 “추후에 절차를 거쳐서 공개하겠다”며 즉시 공개를 피했다. 당시 브리핑을 한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요약된 내용을 보고 받아서 이런 내용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도입 비율, 애로 사항 등 당시 관심 사안을 중심으로 요약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고용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설명회를 갖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함께 도입하기로 한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의무의 예외 인정 사유를 유럽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이 대체로 노조가 없는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는 지난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하면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노사정은 합의문에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는 예외 조항을 뒀는데, 노동계에서는 ‘근로자 대표가 허수아비인 곳은 예외를 적용받아 11시간 휴식을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김경선 정책관은 “유럽연합(EU)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불가피한 경우’를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EU는 ‘사고 발생시 또는 긴박한 사고의 위험 시, 소방 및 방재 서비스 등’을 △독일은 ‘긴급한 상황, 원료 또는 생필품의 부패 또는 작업결과의 실패가 우려되는 경우에 일시적 업무 등’을 예외 사유로 정한다. 이를 참고해 불가피한 사유를 정한 뒤 시행령에 적시하겠다는 것이 고용부 계획이다.

고용부는 아울러 노조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 대표는 사측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시간제도에 관한 대표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주지시킨 상태에서 과반수 의사를 모아 근로자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현재 근로기준법 해석 지침을 활용해, 탄력근로제 도입 시 이런 절차를 잘 준수해 근로자 대표를 뽑았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방문해 김학용 위원장과 여야 간사단을 만나 지난달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도출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안)’을 전달했다. 국회는 이 안을 바탕으로 입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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