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5,000원선 아래로… 농가 “군 권유로 재배했는데 보조금 없애나” 반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왕의 열매’가 이젠 아무도 찾지 않는 ‘거지 열매’가 돼 버렸어요”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서 아로니아 농장을 하는 A씨는 6,000㎡의 텃밭에 심어놓은 아로니아 나무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한 때 kg당 3만 5,000원까지 호가하던 아로니아가격이 최근 5,000원선 아래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가격이 폭락했어도 찾는 이가 없어 실제로는 kg당 1,000원에 판다고 해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 A씨는 이달 안에 아로니아 1,000여 그루를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심을 참이다.
귀농인 B씨는 농장 폐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2013년 귀농 직후 아로니아 재배에 뛰어 든 B씨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단양군청의 말만 믿고 무작정 달려든 저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충북 단양 지역이 아로니아 파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로니아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자 농가들은 “더 이상 농사를 못 짓겠다”고 아우성이고, 지역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단양은 국내에서 아로니아 재배를 선도한 지역이다.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된 아로니아가 ‘왕의 열매’로 불리며 국내에 본격 소개된 2012년, 단양군은 아로니아를 새로운 지역 특산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묘목을 지원하고, 전국 최초로 아로니아 전용 가공센터까지 건립했다. 2013년부터는 매년 단양아로니아 축제도 열고 있다. 아로니아 브랜드 사업을 위해 그 동안 단양군이 투입한 예산만도 줄잡아 40억원에 이른다.
이 덕에 단양군내 아로니아 재배 농가는 보급 5년 만인 2017년 390여 농가까지, 재배면적은 130ha까지 늘어났다. 수확량은 초창기 10톤에서 2017년 872톤으로 87배나 급증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친환경 재배를 고수하고, 영농조합이 운영하는 가공센터에서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면서 단양 아로니아는 큰 인기를 모았다. 매출 증대로 농가들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아로니아 재배 농가가 우후죽순 급증한데다 외국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량 수입되면서 ‘왕의 열매’는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농가들은 수확한 아로니아를 제 때 처리하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다. 단양지역 아로니아를 수매하는 단양영농조합 창고에는 지난해 생산한 아로니아 96톤이 그대로 쌓여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매년 군에서 지원하던 아로니아가공센터 운영비마저 뚝 끊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던 영농조합과 농가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단양군의회는 올해 예산안 중 단양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의 가공센터 운영비 보조금 3억 7,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영농조합과 조합원 농가들은 군의회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하고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농조합 측은 1차 추경을 통해서라도 삭감된 보조금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용식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최악의 위기 속에 지원금마저 중단되면 가공센터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 차라리 영농조합을 청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원 단양아로니아생산자협의회장은 “단양군과 군의회는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살리는 실질적인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량 조절을 위해 올해 ‘아로니아 과원정비사업’으로 농가 30%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과잉생산 문제가 해소되고 새로운 가공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가격 파동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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