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명 사상 대구 사우나 화재, 안전불감증이 원인

경보기 꺼놓고, 좁은 통로엔 적치물 산더미… 업주 등 3명 구속 7명 불구속 입건

[저작권 한국일보] 윤종진 대구중부경찰서장이 13일 중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지난달 29일 발생한 대구 중구 대보사우나 화재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사망 3명 등 87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구 상가아파트 4층 대보사우나 화재는 안전불감증이 화를 키운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로 확인됐다. 2017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첨 화재참사 이후에도 변한 게 없었다. 당초 사상자가 92명으로 알려졌으나, 중복집계나 부상이 없다고 말을 바꾼 인원을 뺀 결과 87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대구중부경찰서 수사본부는 대보사우나 화재사건과 관련, 불이 난 목욕탕 업주와 건물관리인 등 3명을 구속하고 현장에 가지 않고 소방점검 지적사항을 확인했다고 서류에 기록한 소방관 등 7명을 소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수사 결과 이번에도 화재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5층 이상 아파트는 정상적으로 울렸으나. 4층 이하 상가는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꺼 놓았기 때문이다. 또 △협소한 비상통로에 적재물 방치 △형식적 소방안전관리자 선입 △구호조치 없이 먼저 대피한 종업원 △소화기 사용법조차 모른 종업원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이 화를 키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수사본부장인 윤종진 중부경찰서장은 “사우나 업주 등 건물 관리책임자들이 평소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전기 및 소방 시설 관리를 소홀히 했고, 화재 발생 직후 사우나 종사자들의 구호조치가 미흡하여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소방시설법 등 관련 법률 입법개선과 국가안전대진단 제도 개선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수사 과정에서 탈의실, 수면실 등을 다니며 다른 손님들을 대피시키고 본인이 제일 나중에 빠져 나오는 등 사고 피해자를 적극 구조하는데 도움을 준 손님 이재만(66)씨에게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