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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로에 선 한반도의 봄

입력
2019.03.1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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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로 인한 정세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평양 외곽 산음동의 탄도미사일 제조공장 주변 움직임이 분주한데, 과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던 때와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분석이다. 만약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빨려들고 말 것이다. 북한은 이 로켓을 평화적 용도의 인공위성 발사라고 우기겠지만, 유엔안보리 제재안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체의 발사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불어 미군 정찰 자산의 움직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올 1월에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화물 단속 임무에 전력을 총집중했다. 이는 북한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어 정상회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포석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23일 오산기지 소속 U-2S 전략정찰기들이 한반도를 비우고 오키나와의 가데나기지로 옮겼다. 또 지난 1월 주한미군 501정보여단에서 총 5대를 운용하는 감청정찰기인 RC-12X가 2배로 증강되었다. 미 본토에서 증원돼 온 것인데, 이 추가 배치된 5대의 RC-12X 정찰기는 전적으로 밀무역 감시에 투입된 자산들이다.

그런데 3월 들어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5일께 오키나와로 이동했던 U-2S 정찰기들이 무려 40일 만에 오산기지로 복귀했다. 한국에 더 중요한 임무가 생긴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시기인 3월 5일께부터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감청정찰기인 RC-135W ‘리벳조인트’가 매일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을 하고 있다. 이 RC-135W는 위기나 전쟁이 임박한 지역에만 출몰하기로 유명한 정찰기다. 우리나라에는 2017년 11월 이후 무려 15개월 만에 다시 왔다. 그 시기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화염과 분노’라는 말을 하며 ‘코피 작전’으로 대변되던 군사작전 직전 상황이었다. 그런 위기 끝에 극적으로 평창올림픽을 치르며 ‘한반도의 봄’으로 전환됐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랭한 것이다. 이런 정찰기들의 대거 투입과 함께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방한한다. 그는 미국 16개 정보기관의 총수로 하노이 회담 전에도 이미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사람이다. 한미가 운용하는 대북 정보수집 자산의 점검을 위한 방한일 가능성이 큰데, 그만큼 지금 북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하노이 회담 전 단계적인 핵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던 미국은 태도를 바꿔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일괄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핵폐기를 완료한 후 제재를 풀고 대가를 지불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들고 나왔다. 핵실험 한번 한 적 없던 리비아의 비핵화 작업이 2년 가까이 걸렸던 것을 보면 수십 발의 핵탄두와 1,00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 4,500톤 이상의 생화학무기를 가진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가는 쉽게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다. 강력한 경제제재에 더해 최악의 흉년이 겹친 북한 입장에서 경제적 숨통이 트이는데 10년 이상이 걸릴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강한 협상전술을 인내하지 못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북한과 김 위원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세계가 감동했던 판문점 도보다리로 대변되는 ‘한반도의 봄’은 그 꽃을 피우기도 전에 자칫 ‘코피 작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오직 남북관계 개선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해 경협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김 위원장을 다독여 오판하지 않도록 하는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 선택은 김 위원장만이 할 수 있다. 부디 전향적인 자세와 인내심을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 봄꽃을 피우길 바란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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