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승리와 정준영의 논란이 연예계에 2차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에 이른바 '승리 게이트', '정준영 게이트'가 열렸다. 지난달 26일 보도된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을 시작으로 이달 11일에는 정준영의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승리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정준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들의 성 범죄 혐의가 연예계 전반을 위협하는 건 지인들이 함께 보도됐기 때문이다. 실명이 거론된 건 승리와 정준영 뿐이지만 두 사람이 연예계 마당발로 불릴 만큼 넓은 인맥을 가졌던 만큼 네티즌들은 이들의 친분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용준형, 이홍기, 최종훈, 이종현, 지코, 구하라는 각자 개인 SNS 또는 소속사를 통해 '선 긋기'에 나서기도 했다.
또 하나의 피해는 여성 연예인들에게서 포착된다. 12일부터 13일 오전 현재까지 '정준영 동영상'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준영이 불법으로 몰래 촬영한 영상 속 피해 여성을 2차 가해하는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피해 여성이 연예인이라는 설이 퍼지면서 몇몇 여자 연예인들도 입장을 밝혔다.
트와이스 소속사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이청아, 정유미, 오초희는 각자의 SNS를 통해 팬들을 안심시키는 글을 직접 게재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청아, 정유미, 오연서는 소속사를 통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논란에 휘말린 이들은 불필요한 오해와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명하게 입장을 낸 것.
이런 가운데 12일 방송된 채널A '뉴스A' 측은 "피해 여성 가운데 걸그룹 출신 가수도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의 네티즌, 심지어 방송사 뉴스의 피해 여성 직업 언급은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번 승리와 정준영 사건으로 눈초리를 받을 사람은 승리, 정준영, 그리고 이들이 있던 단체 채팅방에 참여했던 방관자들 뿐이어야 한다. 영상 속에 등장한 피해 여성, 채팅방에 없었던 연예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관점의 눈길도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
피해 여성이나 동영상이 관심을 받는 건 '논점 흐리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목 받아야 하는 건 동영상의 존재 여부가 아닌 정준영의 불법 촬영 행위다. 정준영이 사과문을 통해 "동의를 받지 않은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했다고 인정한 부분, 앞으로의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이들의 입장과 혐의에 더 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승리 게이트', '정준영 게이트'를 넘어 연예계에 루머 유포 주의보가 켜졌다. 승리와 정준영의 혐의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모두가 2차 피해를 주의할 필요성이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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