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이 ‘온전(remain intact)’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거래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재위반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제재위가 이날 공개한 연례보고서에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비롯해 중동ㆍ아프리카에 대한 무기수출, 해킹 및 금융활동 등 제재위반 사례가 실렸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15개 안보리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예정된 시기에 공개된 것이지만, CNN은 “제재해제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2차 북미회담이 ‘노딜’로 무산된 이후 발표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영변 원자로는 지난해 2월~4월 며칠 간, 또 9월과 10월 사이에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적 있지만, 이곳 핵단지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2월~8월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수로 건설을 위한 땅파기 공사와 건물 신축 모습이 포착됐는데, 제재위는 이 같은 모습이 방사화학실험실 운영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핵ㆍ미사일 조립 및 생산시설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민간공장이나 비군사시설을 반복적으로 활용했다고 통보했다. 이들 시설은 무기체계를 조립ㆍ이동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원국은 북한 평성(Pyongsong) 트럭공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5형'이 조립됐으며, 북한이 북쪽 국경 인접 지역에 ICBM 기지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을 이용해 정유제품과 석탄 밀거래를 실시해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최소 148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정제유를 밀수입했고, 이를 통해 정제유 연간 수입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제재위는 “선박 간 불법 환적의 범위나 규모, 정교함이 확대됐다”며 관련 선박 50척 이상과 관련 회사 160개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재위는 이 밖에 북한이 △무기금수 제재 위반 △금융 제재 회피 △석탄 밀수출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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