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명단서 빠져 ‘정상국가화’… 리용호ㆍ최선희 등 외교라인도 추가
새로 짜인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진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빠졌다. ‘정상국가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과 입법 기구가 상호 견제하는 서방 국가 시스템을 북한이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조선중앙통신ㆍ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선거가 치러진 지 이틀 만인 이날 북한 중앙선거위원회가 명단을 발표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자 687명 가운데 김 위원장 이름은 없었다.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않은 건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처음이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각각 1~9기, 7~12기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됐고, 김 위원장은 2014년 3월 ‘111호 백두산선거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를 두고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 중인 정상국가화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남한으로 치면 국가 및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기형성을 북한이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체제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국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최고지도자가 자신을 선출하는 대의원을 겸직하는 모순은 김 위원장이 피해보려 했을 수 있다”며 “5년 전과 달리 최고 직함을 차지한 데다 권력 기반도 어느 정도 다진 만큼 선거 출마라는 정치적 이벤트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을 포함한 당 우위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인민회의 멤버인 경우가 많다”며 “첫 발표로 단정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정식 대의원으로 당선됐다. 선거구는 김일성 주석의 고향인 만경대구역의 ‘갈림길선거구’다. 김 위원장의 혈육이자 핵심 측근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정치적 지위까지 제공됐다는 평가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지난해부터 활발해진 대미 외교와 핵 협상 핵심 인사들도 최고인민회의에 새로 진입했다. 리수용 노동당 외교담당 부위원장도 포함됐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대남 부문 인사도 신규 선출됐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기남 당 고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고령 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중앙선거위는 이날 이번 선거에서 전체 선거자 99.99%가 선거에 참여해 100%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선거를 계기로 ‘김정은 2기’ 체제가 출범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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