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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불법촬영 논란에도 방송 활동… 방송이 키운 도덕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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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불법촬영 논란에도 방송 활동… 방송이 키운 도덕 불감증

입력
2019.03.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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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년 전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폭탄급’ 사건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1박2일’)을 비롯해 tvN ‘짠내 투어’와 ‘현지에서 먹힐까?’ 등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채널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지인들과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씨는 2016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2년 넘게 방송 활동을 해왔다. 정씨의 부적절한 행위를 묵과한 방송국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영 사태’ 키운 ‘1박2일’

정씨는 2016년 10월 옛 여자친구를 상대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당시 정씨는 옛 여자친구가 촬영에 동의했다고 주장했고, 정씨를 고소했던 옛 여자친구가 소를 취하했으나 경찰은 정씨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정씨는 법적 처벌과는 무관하게 자숙하겠다며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3개월 후인 2017년 1월 ‘1박2일’에 다시 출연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정씨의 휴대폰 교체로 촬영에 이용된 휴대폰을 조사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벌어진 일이었다. 부실 수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의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정씨의 방송 복귀에 제일 먼저 앞장선 셈이다.

당시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상대가 동의했더라도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연예인을 너무 빨리 복귀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정씨를 비롯한 ‘1박2일’ 출연자들이 형, 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등 가족 같은 촬영 환경이다 보니 제작진이 정씨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1박2일’ 제작진의 온정주의가 정씨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추긴 셈이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KBS에서 정씨 출연 재개에 대한 내부 검증을 더 철저히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걸려가지고 ㅋㅋㅋ’… 죄책감 부재

정씨는 옛 여자친구와 찍은 동영상 촬영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숙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상에선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11일 SBS 보도에 따르면 정씨가 동료 연예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정씨는 가수 용준형씨에게 ‘동영상 찍어서 보내준 거 걸려가지고 ㅋㅋㅋ’란 문자를 보냈다. 용씨가 정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보낸 답이었다. 정씨는 또 다른 지인 김모씨에게는 ‘어ㅋㅋㅋ 아 영상만 안 걸렸으면 사귀는 척하고 (성관계를) 하는 건데’란 문자까지 보냈다. 웃음을 뜻하는 ‘ㅋ’까지 연발하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보도를 보면 정씨가 여러 연예계 지인들과 촬영 동영상을 공유한 거 같은데 그의 이런 행태를 과연 연예계 종사자들이 몰랐을지 의문”이라며 “그의 행실을 알면서도 쉬쉬하며 그를 방송에 출연시킨 게 아닌지 등 방송 제작 시스템 전반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 감싸기에 급급했던 방송가는 정씨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1박2일’을 비롯해 ‘짠내투어’ ‘현지에서 먹힐까?’ 제작진은 12일 일제히 정준영 퇴출을 발표했다. 출연자 검증에 소홀하다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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