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이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로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생겼다.
지난해 12월 이 시장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로 지명한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 인사가 자질 문제 등으로 낙마한 데 이어 재공모를 통해 낙점한 후보자마저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환경단체 대표 재직 당시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낙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12일 김강렬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시민생활환경회의 이사장 재직 당시 배임ㆍ횡령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는 등 사실상 후보자의 낙마를 노리며 정조준하는 듯 했다.
먼저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민생활환경회의로부터 자신의 부인 명의 계좌로 매달 130여만원에서 최고 415만원씩 총 1억900여만원을 급여 등 명목으로 지급받은 사실을 집중 추궁했다. 김용집 의원은 “시민생활환경회의 정관엔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돼 있어 월급을 받은 건 규정 위반”이라며 “특히 횡령과 배임으로 고발될 수 있는 분을 상대로 청문회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김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박미정 의원도 “김 후보자의 부인 계좌로 입금된 돈이 급여라면 매달 두세 차례씩 입금된 사례가 있는데 이는 뭐냐. 도대체 기준과 원칙이 뭐냐. 이 문제로 법적 소송에 휘말리면 어떻게 할 거냐”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시민생활환경회의 경영이 어려워 아내로부터 돈(4,270만원)을 빌리고 이자와 변제금, 활동비를 아내의 계좌로 받은 것”이라며 “(횡령 혐의 등) 법적 책임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는 오전 질의 때 “급여를 아내 계좌로 받았다”고 했다가 “활동비를 받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2016년 12월~지난해 12월 시민생활환경회의가 김 후보자 부인의 또 다른 계좌로 3,000여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 후보자의 어설픈 해명이 의혹만 키운 꼴이 됐다. 김 후보자는 정관 규정을 무시하고 급여를 받아 챙겨 횡령 의혹이 일고 있는 데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정관을 바꾸지 않은 건 잘못됐다”는 식으로 본질을 피해가는 듯한 답변 태도를 보여 “문제 의식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해명 과정에서 “(횡령 의혹에 대한)질의가 그렇게 올 것이라고 사전에 인지했다”고 밝혀 청문위원들의 질의 내용 사전 유출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위원들이 알려준 게 아니고 주변의 이야기였다”고 서둘러 수습했지만 시의회 일각에선 “질의 내용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조직 경영 능력은 차치하고 감시와 비판이 주요 역할인 시민환경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후보자가 신뢰와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한 횡령 의혹에 휩싸이면서 공공기관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문위원들 사이에선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의원은 “이쯤 되면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답답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청문위원들 분위기가 매우 안 좋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의 시선은 인사권자인 이 시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당장 이 시장으로선 시의회의 경과 보고서 내용과 상관 없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두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한 차례 지명했던 인사가 자질과 도덕성 논란으로 낙마한 터라, 또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