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불허한 지멘스-알스톰 결합심사와는 성격 달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사에 대해 “다른나라 경쟁 당국도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정위뿐 아니라 해외 경쟁당국 심사의 문턱도 넘어야 하는 만큼, 무작정 ‘팔이 안으로 굽는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기업결합의 근거가 되는 논리를 꼼꼼히 살피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느 경쟁당국보다도 한국 공정위가 빨리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은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앞두고 있다. 세계 1, 2위인 두 회사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말 수주잔량 기준 21.2%에 달하는 만큼 이번 인수는 한국뿐 아니라 EU 등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심사 대상이다.
자칫 국내 산업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가 오히려 해외 당국이 불허를 결정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 기업을 ‘내셔널 챔피언’으로 키우기 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가 승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다른 경쟁 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EU 경쟁당국은 지난달 세계 2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3위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을 불허했다. 이를 근거로 EU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도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실상 종류가 하나인 고속철도와 달리 조선산업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종류가 많아 두 건은 성격이 다르고 본다”며 “복잡한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직전 진행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 경쟁총국장과의 양자회담 내용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과 라이텐베르거 총국장은 이 자리에서 경쟁법상 국제규범의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 논의와 관련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ㆍ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 개념을 들어 “안정된 국제규범이 마련돼 있지 않아 자국이나 지역 내 산업적 이익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협상력이 부족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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