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해마다 10곳 이상 증가하지만 탈락자 속출…대구 돌봄전담사 150여명은 무기한 파업 돌입
경북 포항시 남구 효곡동의 맞벌이 가정 김모(38)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방과후 돌봄교실 입소를 자신하다 탈락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학교 돌봄교실 신청자는 40명이 넘었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17명에 불과했다. 결국 저소득 가정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4명만 추첨으로 뽑혔고 나머지는 탈락했다. 김씨는 “뒤늦게 학원도 알아보고 집안 어른들이 총출동해 애를 보는 등 매일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대기자로 올랐지만 앞에 10명 넘게 있어 포기상태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구 증가로 초등학교 돌봄교실 수요와 공급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공간이 부족하고 돌봄전담사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의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주로 초등 1, 2년생 자녀를 교내에서 돌봐주는 제도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지역아동센터와는 달리 돌봄교실은 수업을 마친 아이가 학교 밖을 나가지 않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다. 또 돌봄전담사가 간식과 학원 등원도 지도해 부모들의 호응이 높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한해 동안 돌봄교실 10곳을 확충했으나 포항과 구미 등 중소 도시 내 많은 학교들이 공간 부족 등으로 돌봄 신청자를 100%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탈락자들의 불만과 민원 제기를 우려해 일선 학교에 정원을 초과해서라도 수용토록 지시하고 있으나 돌봄전담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학생들도 좁아진 공간에서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는 지난해 1학년 돌봄교실에 정원 25명에 28명이 신청, 초과 3명을 받았으나 올해 1학년 돌봄교실은 33명이 접수돼 초과 3명을 받고도 5명이 대기 상태에 놓였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경북지역 초등 1, 2년생 대상 돌봄교실은 653실로, 1만3,199명을 돌보고 있다. 교실 한 곳당 평균 20.2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이중 전담사가 확보된 교실은 631곳이다. 울릉군 등 농어촌 지역은 학생 수는 적지만 전담사를 구하지 못해 교사들이 당번제로 학생을 돌본다.
포항의 한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는 “추가 수당도 없이 정해진 하루 4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돌봐야 할 아이들까지 늘어나면서 근무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 등 타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초등 1, 2학년 대상 돌봄교실 한 곳당 학생 수는 2016년 19.7명에서 2017년 20.7명, 지난해 21.9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대구지역 돌봄전담사들은 서류 정리 등으로 초과 근무가 빈번하고 정원 초과가 당연시 되자 참다 못해 농성에 나섰다. 대구지역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150여명은 지난 4일부터 대구시교육청 로비에서 ‘1교실 1전담사 실시’와 ‘1교실 학생 20명 보장’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돌봄 수요가 많은 학교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있고 교실 수마저 부족한 과밀학교라 돌봄교실을 추가로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올해도 예산을 투입해 계속해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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