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뒤 침묵 깨고 선전 시작… “생산적 대화 이어나가기로”
단계 비핵화 방법론은 고수… ‘영변 폐기ㆍ일부 제재 해제’안 재언급
합의가 불발된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침묵하던 북한이 대미 협상 재개를 위해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대외 선전 매체들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대화 용의를 다시 표명하고 나섰다. 다만 담판 결렬 빌미가 된 ‘단계적 비핵화’ 방법론은 고수하는 듯하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2일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 제하 기사에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북미)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앞으로도 (미국과)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하노이 수뇌회담(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시었다”고 밝혔다.
같은 내용의 글은 이날 다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에도 실렸다. 북한 외무성 부원이 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 표현 자체는 북미 대화 시작 뒤 북한 매체들이 자주 써온 것이지만 하노이 회담 뒤 이들이 비핵화 의지와 대화 의향을 분명히 밝힌 건 처음이다. 같은 목적의 대외 선전이 일제히 재개된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환한 뒤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정리된 입장을 최근 대내에 공개한 김 위원장의 행보와 보조를 맞추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로 회담 결과에 항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동은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화 동력 상실을 막으려면 원론적이나마 입장 재천명이 필요하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직 미국이 제시한 ‘일괄 타결’ 해법을 수용하겠다는 의사가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전날 ‘옳은 주견과 배짱을 가지고 임하여야 한다’ 제하 글에서 미국에 제안한 ‘영변 폐기와 일부 제재 해제’안을 언급하며 “(북미) 두 나라 사이의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 당국자들은 정치적 반대파들의 부당하고 파렴치한 주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주견과 배짱을 가지고 조미(북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하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인류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직 미국이 바라는 ‘빅딜’이 성사될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가 양측 간에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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