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
탄핵 대신 대선에 초점 맞춘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앙숙으로 꼽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속한 민주당 내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WP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은 국가를 분열시키고, 그(트럼프 대통령)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며 “탄핵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미국은) 어떤 것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두 번의 임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탄핵 대신 2020년 대선 승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펠로시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절차를 밟는 데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분석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공모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팰로시 의장의 탄핵 반대 입장은 ‘역풍’에 대한 우려 탓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지지를 얻고 있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역시 지난달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서명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되지 않기 때문에 탄핵 절차는 쇼에 불과하다”며 “어떤 사람들은 그 쇼가 가치 있다고 믿을지 몰라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에 반대 입장을 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멈추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펠로시 의장은 “윤리적으로, 지적으로, 정치적으로 부적합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관계라는 게 있냐”고 반문한 뒤 “그가 있는 백악관에 존경심을 가진 것뿐”이라고 답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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