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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게임 중계하며 “이 번호로 입금하면 아바타베팅 해줘요”

입력
2019.03.12 12:00
수정
2019.03.12 18:5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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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상들이 인기 BJ 소속사처럼 월 수익 제공

불법환전 범행에 가담한 BJ 이모(29)씨가 넷마블 포커 게임 ‘로우바둑이’를 중계하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불법환전 범행에 가담한 BJ 이모(29)씨가 넷마블 포커 게임 ‘로우바둑이’를 중계하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시청자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수억 원을 챙긴 개인방송 BJ와 불법환전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개인방송 시청자에게 105억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환전해 베팅하도록 하고 6억여원을 챙긴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도박)로 BJ 이모(29)씨와 최모(35)씨, 환전상 A(43)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환전상 종업원 김모(30)씨 등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J들은 포커 게임 장면을 중계하며 채팅창을 통해 환전상 연락처와 환전 방법을 안내하는 방법으로 베팅을 유도했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6개월간 105억원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많게는 7,700만원을 베팅했다 모두 잃은 이도 있었다. 환전상들은 BJ가 게임에서 이겨 얻은 게임머니를 다시 시청자에게 환전해주며 차익을 챙겼다.

환전상은 BJ에게 일종의 ‘소속사’ 역할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전상들은 인기 BJ에게 접근해 범행 가담을 제안했고 방송영상 일부를 편집해서 대신 올려준 경우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환전상이 없던 한 BJ는 방송을 통해 “환전상을 구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BJ들은 환전상으로부터 월 약 2,000만원의 수익을 제공받았고, 인기 BJ의 경우 월 4,500만원을 보장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법환전 문제가 부각돼 아프리카TV가 자체 제재에 나서자 유튜브나 트위치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 범행을 계속했다.

경찰은 검거한 BJ들의 구독자가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1만명에 달해 추가 입건할 도박 혐의자 수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없는 사건”이라며 “환전상을 이용해 도박한 시청자도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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